정찬권 국가안보재난연구원장, 前 국가위기관리학회장
2025년 한 해 지구촌은 세계 경찰로 공공재를 제공해 오던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관세폭탄과 안보비용 증액 압박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새로운 계산과 선택을 강요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새해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일본 갈등 향방, 미국-유럽연합(EU)·나토(NATO) 간 불화 봉합과 미·북 대화 성사 여부와 함께 국가안보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 또한 정치 양극화로 안보 위협과 대북정책 등을 놓고 정파와 당리당략에 따라 이견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요동치는 외교·안보·경제 정세로 인한 국가위기에 대한 분석·평가, 대응 방안 강구, 대응 수단 적기 동원과 투사(Projection)전략이 시급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엄혹한 시국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동체 안위는 뒷전인 채 오직 정권 안위에 집착하며 이념과 상상력 기반의 정신 승리에 도취한 행태로 국민 불안과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가지도자의 위기관리 리더십 발휘와 대응 역량 강화가 절실한 이유이다.
국가통수권자 리더십의 원천인 정당성(Legitimacy)은 조직의 미래 비전과 목표, 추진 전략 제시 그리고 법적·도덕적·정치적 책임윤리에서 나온다. 정당성이 약한 통수권자는 국민적 지지와 동참을 견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 먹사니즘까지 넘사벽으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국가 명운이 걸린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해 본다.
먼저, 국가 경영의 기본은 헌법 준수이다. 헌법은 국가 정체성과 통치 구조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산물로, 모든 권력은 그 틀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 모든 개혁은 헌법 가치와 절차적 정당성, 삼권분립 원칙을 지켜야 함을 의미한다. 위헌에 눈감고 다수의 힘으로 제정(된) 중인 법령은 사회적 저항으로 제구실하기가 쉽지 않다. 그 적폐는 곧 부메랑이 될 것이다.
둘째, 국가지도자의 의사결정 준거는 오직 국익이어야 한다. 소속 정당·정파·지지자를 넘어선 결정이어야 국론 통합과 국익을 달성할 수 있다. 정치인이 여론과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기란 절대 쉽지 않다. 안보, 에너지,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은 국가 경쟁력과 미래세대 먹거리와 직결된 핵심 분야다. 탈원전 탈피와 송배전망·전력 확충만이 반도체·AI 강국을 이룰 수 있다.
셋째, 정부의 대내외 메시지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부처 간 이견과 상충된 메시지는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외교·안보·경제는 상호 연동성이 크다.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한목소리를 낼 때 국제사회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대북정책을 놓고 부처 간 이견 운운은 국가위기관리의 기본을 해치는 암적인 요소다.
넷째, 외교·안보 정책 간 정합성을 냉철하게 검증해야 한다. 미·중·러를 주축으로 한 세력권 재편 속에 외교·안보 정책은 중장기 국가안보 목표와 부합해야 한다. 한미동맹 구조와 역할 재설계, 자주국방 강화, 남북관계 관리, 국제 비확산 체제 준수, 그리고 주변국 관계는 서로 분리된 게 아니라 연계돼 있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막스 베버는 열정과 책임감, 균형감각을 보유한 지도자만이 소명의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질서 및 공급망 재편, 세력 재균형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능동적 행위자로 이끌 국가지도자 위기관리 리더십과 국가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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