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중앙대 명예교수·법학
2020년 9월 21일 새벽에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에 승선했던 항해사 이모 씨가 갑자기 실종됐다. 이후 해양경찰이 항공기 등을 투입해 샅샅이 주변 해역을 뒤졌지만, 이 씨를 찾지는 못했다. 다음 날 오후 이 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을 잡은 상태로 북한의 수산관리선에 발견됐다. 이때부터 무엇이 사실인지에 대한 혼선이 시작된다. 북한군이 이 씨를 발견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측 감시 장비로 직접 관찰한 게 아니라, 북한군의 통신 내용을 감청한 첩보였기 때문이다.
이 씨를 발견한 북한군은 한참 후에 그를 AK소총으로 사살했다. 이러한 사실도 모두 군 당국의 첩보를 통해 파악한 내용이다. 그 첩보가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언하기가 어렵다. 첩보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입수됐는지를 정보 당국이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검증은 할 수 없고 믿는 수밖에 없다. 북한군이 바다를 표류하는 우리 국민을 발견해 사살한 것은 코로나19 방역 지침 때문이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국경선을 넘어 들어오는 사람들을 사살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으라는 지침이 내려진 상태였고, 그런 상황에서 이 씨가 표류해 북한 등산곶 인근 바다에서 발견됐던 것이다.
북한군이 이 씨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구조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이를 알고도 아무런 대응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 씨가 사살된 것이다. 왜 즉각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당국은 이 씨가 단순히 실종된 게 아니라 월북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월북하려 했는지는 추측에 불과한데도 사실인 듯 몰아간 것이다. 조류의 흐름대로 표류했다면 도달할 수 없는 지점에서 발견됐으니 월북이라는 식이다.
당시 정보 당국은 월북 판단에 배치되거나 초기 대응 미진을 보여주는 첩보들을 삭제했고, 이 때문에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 5명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1심 법원의 결론은 모두 무죄였다.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의 보고서 수천 건이 삭제된 것은 사실이지만, 원본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므로 은폐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또한, 국가안보실이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검토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이것도 정책적 판단일 뿐 직권남용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이 판결은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가 맡았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한 바 있는데, 법규 적용을 엄격하게 하면서도 증거가 명백하지 않으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계산에 사용한 잣대가 너무 엄격했다고 본다면, 이번 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증거가 모자란다면 보강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마당에 국무총리가 법무부 장관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항소 포기를 주문한 것은 부당한 압력 행사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한 차례 사실상 항소 포기를 지시해서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시한부 검찰’이 정권이 원하는 대로 처신한다 하더라도, 검찰청 해체는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올 10월 2일로 규정돼 있다. 정권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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