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19년 만에 가장 높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라는 정책 당국의 조급증을 자극하는 언론 기사의 카피가 부담스럽다. 문재인 정부 동안 저평가된 가격통계(주택가격동향조사)의 문제점이 계속 시장 상황에 관한 판단을 왜곡시킨다. 과거 통계의 개편이 절실하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로 연도별 상승률을 산정하면 문정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매년 10% 이상 올랐다. 2018년은 18%, 2020년은 23%에 이른다. 2025년은 10월까지 12%이니, 12월까진 문정부 기간 연간 상승률 평균(15%)에 근접하는 수준이 될 듯하다. 그러나 2021년 10월 전 고점을 2025년 10월에야 겨우 회복했으니, 과거 외환위기·금융위기 때는 급락한 이후 1년도 안 돼 전 고점을 회복했던 경험과 비교하면, 이번 회복세는 더딘 편이다. 주간변동률이 아닌 중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10·15 대책 같은 전방위적인 극약처방의 필요성에 의문이 간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생산하는 서울시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로 중장기 추이를 보면 자치구별로 극명한 차이가 있다. 전 고점 대비 지난해 11월 말까지의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은 5개 구는, 강남·성동·용산·서초·광진 순으로 전 고점을 넘어 9∼16% 회복했다. 반면에 노원·도봉·강북·금천·구로 5개 구는 -19∼-12%로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
문제는, 수도권의 전반적인 급등이 아니라 수도권 내 양극화를 넘어 서울시 내에서도 초양극화된 시장이다. 이런 현상은, 언젠가는 다가올 도시축소기를 앞두고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집착으로 초래되고,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와 선호 지역 아파트 공급 부족 문제가 중첩돼 강화되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수요에 반응하는 공급 확대다.
외부 충격에 따른 급락 이후 가격은 회복기를 거친다. 그 회복의 추세를 비(非)이성적 버블이라고 덤벼들어 막아서는 건 조심스러워야 할 선택이다. 공급을 만들어내기 위한 가격 상승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 지금은 격차가 크지만, 그럴 여유가 있는 하부시장이 많다. 불행하게도 정부 정책은 강남 가격 상승 추이가 주변으로 확산하는 걸 막겠다고 대출을 옥죄고,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의 촉을 자르려고 서울시 전체와 경기도로 3중 규제지역을 확대하는 등으로 공급 확대를 만들어낼 시장 압력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초양극화된 시장은, 도시 외곽에 비선호 유형의 주택 공급으로 해결할 수 없다. 서울 인근의 택지개발도 유휴지의 개발도 필요하나 어쨌든 초양극화 해결을 위한 공급의 주류는 도심지역 정비사업이다. 재건축·재개발의 진행 속도는 분담금 크기에 좌우되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재건축부담금을 폐지하는 등 개발이익환수 강도를 낮추고,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요구된다.
최단기간 실효성이 보장되는 공급 대책은 인허가 전후 단계 사업들의 진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것을 막아선 극약처방에 대한 해독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가시적인 공급 확대의 결실을 보기 힘들다. 끝으로, 초양극화된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의 확대보다는 구매력이 강한 수요를 담아내는 충분한 분양 물량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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