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이 끊임없다. 2004년에 엄격한 정치자금법을 제정했지만, 이후에도 음성적인 정치자금 거래를 막지 못하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과거 대통령들이 측근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인해 정치적 몰락 위기에 처하는 것을 지켜봤으면서도 정치권의 은밀한 돈거래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강선우 의원과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대화 녹음 파일 폭로는 공천 뇌물이 개인 일탈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자금 관행의 구조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이번 폭로 사건은 빙산의 일각으로, 정치인 중 누구도 정치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고백적 평가도 나온다.

공천 뇌물을 받은 자와 준 자는 불법행위의 공범으로서, 이들은 후견인과 피후견인(patron-client)의 관계가 된다. 이 관계에서는 충성도와 사적 관계가 중시되고, 공식 절차보다 비공식 네트워크가 우선시된다. 내부자는 반복 혜택을 받지만, 외부자는 구조적으로 배제돼 기회의 불평등이 심해진다. 결과적으로 뇌물·청탁 같은 부패 관행이 계속되고 능력주의와 경쟁 질서가 훼손된다.

이러한 관계 특성을 공천 뇌물에 대입해 보자. 뇌물을 주고 공천을 받는 거래가 성공한다면 계속 반복되고 강화된다. 뇌물 제공과 수수의 공범들은 비밀을 공유하기 때문에 강한 유대감을 갖고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뇌물을 제공하고 당선된 정치인은 경제적 보상을 추구하며, 이 중 일부는 다시 후견인에게 제공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공천 뇌물을 받은 정치인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그 돈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즉, 상위의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처럼 다층으로 구성된 관계는 은밀한 파벌 성격을 띠게 되고 외부자인 새로운 정치인의 진입에 극히 폐쇄적이 된다. 뇌물을 제공한 김경 서울 시의원의 경우처럼 강선우 의원은 김경 후보의 단독 공천을 관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김 시의원이 당선된 후에도 시의회 원내대표로 적극 천거하는 행태를 보였다. 전형적인 후견인의 피후견인배려다.

막스 베버는 인간으로서 정치인은 권력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것이 자기 과시와 허영이 아닌 대의를 위한 도구로 통제될 수 있을 때 정치인의 직업이 ‘소명’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뇌물을 준 자와 받은 자 모두 정치인의 소명 의식이 없다. 정치인의 자질이 없다는 뜻이다. 공천 뇌물은 불법이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다. 국민이 능력 있는 공직자를 선출할 기회를 박탈하고, 뇌물 관련 집단의 폐쇄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이용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자칫 이번 스캔들도 개인 범죄로 축소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치인들에게 맡겨두지 말고 여론이 뇌물 수사를 강력히 압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특검이 필요하다. 정치적 계산에 의한 수사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특검이다.

일부 언론에서 이번 사태를 보도하면서 ‘정치헌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정치헌금은 공식적이고 조직에 기여하는 돈을 기부하는 것이다. 강선우 의원에게 제공된 것은 강 의원 개인을 위한 불법적인 뇌물에 불과하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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