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경 경제부장
주가 부양 등에서 상당한 성과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 실적
소비쿠폰과 추경은 반짝 효과
집값·환율 불안, 청년 취업난
성장 외치지만 구조개혁 외면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무책임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한·미 관세 협상이라는 큰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세 충격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출 7000억 달러를 달성한 것은 쾌거다. 코스피 사천(4000)을 처음으로 돌파한 것 역시 이 정부의 공이 아닐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올해 경제 성장률을 1.8%로 상향하며 확장재정과 내수 회복이 성장 방어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이 정부가 경기 방어와 무역 환경 안정, 자산 시장 활성화 등에서 일정 성과를 거뒀다는 데 이론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민생·분배·구조개혁으로 순조롭게 번져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사람 역시 거의 없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재정·성장·분배 어느 쪽에서도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치적 단기 성과에 매몰돼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나 가계의 체감경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괴리 현상은 이 정부 경제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정부 출범 후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는 등 줄곧 상승세를 유지했고 4214.17(2025년 12월 30일 종가 기준)로 마감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수출 호조와 대규모 재정 지출이 맞물린 결과다. 이 과정에서 상법 개정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 역시 한몫한 것은 맞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폭등, 원·달러 환율 상승, 청년실업, 자영업 부진 등은 개선 조짐이 없고 민생 회복을 체감하는 계층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쏟아부은 30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단기 매출과 소비심리를 부풀렸지만, 임금·고용·생산성 구조를 바꾸지 못한 채 ‘반짝 효과’만 냈을 뿐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11월(2025년) 산업활동동향’ 소비판매액 지수는 전월 대비 3.3% 떨어졌다. 이는 2024년 2월 이후 1년 9개월 만의 가장 큰 폭 하락인데 소비쿠폰이 2025년 9∼10월 지급된 점을 고려할 때 고환율과 함께 소비쿠폰 효과가 크게 반감된 탓으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주가는 날아오르는데 삶은 더욱 팍팍해지는 양극화 현상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제 실물경제와 분배 구조를 바꾸기보다는 결과적으로 일시적 거품 조성에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더욱 굳게 만든다.
이 정부는 스스로의 경제정책을 ‘진짜 성장론’ ‘3·3·5 성장전략(AI 3대 강국·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위 진입)’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뜯어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유사한 점이 많다.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인상·복지 확충·공공 일자리 확대·비정규직 보호 등 일관된 구조적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 반면, 이 정부의 경제정책은 상대적으로 포퓰리즘적 색깔이 좀 더 진한 편이다. 대규모 추경에 전 국민 지급에 가까운 소비성 지출로 현금은 살포하되 마찰이 불가피한 임금·복지·고용 구조에는 손대지 않는 정책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정부는 AI·반도체·주가 키워드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AI 미래기획 수석까지 두면서 ‘AI 공화국’을 외치지만 실제 한국의 생산성 정체·잠재성장률 하락의 핵심에 노동시장 이중구조, 여성·청년 고용, 규제, 연구·개발(R&D) 구조 등이 자리 잡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비정규직과 청년층의 진입장벽 완화, 독일식 하르츠 개혁 수준의 유연 모델 도입, 여성 고용률 제고, R&D 집행 혁신 등 생산성의 인간적 기반을 내버려둔 채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센터 숫자 늘리기에 몰두하는 건 생산성 제고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증세 또는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도, 재정 건전성 회복 청사진도 없는 확장재정 추진은 결국 미래 세대에 채무를 떠넘기는 행위와 다름없다. 20·30대 청년층에서 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흐름이 이와 무관하다 할 수 있을까. 이 정부는 ‘성장’을 강조하지만 성장의 조건을 만들지 못하고, ‘민생’을 외치지만 민생의 구조를 바꾸지 못하며, ‘실용’을 내세우지만 비실용적으로 재정과 시간을 소모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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