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확고한 결의’란 이름의 군사작전으로 지난 3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은 충격적이지만, 21세기의 4분의 1이 지난 현시점에도 국제질서는 여전히 ‘강대국의 힘’이 지배한다는 사실을 새삼 말해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급속히 고조되는 중국의 대만 위협과 겹쳐 더욱 그렇다. 미국이 2020년 마두로를 마약 밀매 혐의 등으로 기소했으나, 이번 작전은 유엔헌장 제2조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할 사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정권 이양 때까지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무력에 의한 레짐 체인지가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이후 베네수엘라 해역으로 군사력을 집결한 뒤 군사작전을 예고했고, 150기 이상의 폭격기와 정찰기 등으로 작전을 감행했다. 미 우선주의에 따른 비개입주의를 견지하나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밝힌 대로 서반구 지배권은 확고히 하겠다는 ‘신(新)먼로독트린’이다. 더 걱정되는 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거시경제학자의 한 사람인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3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차 총회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사태 다음에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경청할 만한 통찰이다.
미국은 서반구, 러시아는 유라시아, 중국은 아시아 식으로 강대국 간 지역 분할 담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자강과 동맹 공조가 더 중요해졌다. 최근 이재명 정부 내에서 자주파가 동맹파를 압도하는 것 같은 현상은 심각한 문제다. 북한은 핵·미사일 전력 강화에 더 집착할 것이다. 북한이 4일 탄도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데 이어 김정은은 지정학적 위기, 국제적 사변을 거론하며 “공격 수단의 상시 동원성과 치명성을 적들에게 반복적으로 인식시키겠다”면서 “핵 고도화”도 재확인했다. 중국·러시아의 북핵 제재 뭉개기가 말해주듯, 유엔 등 국제기구도 무력화했다. 한국 역시 핵 역량을 키우고, 한미동맹과 한일 안보협력 강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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