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뉴진스 사태

 

민희진-하이브 경영권 분쟁으로

뉴진스, 일방적 계약 파기 요구

홍콩서 새그룹명으로 곡 발표도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서 완패

해린·혜인·하니 복귀 결정 내려

다니엘·민희진 등 431억 피소

이미지 실추·분쟁 사과 요구도

걸그룹 뉴진스(왼쪽부터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는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 첫 변론기일에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이 중 다니엘은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이 해지됐다.   그래픽=송재우 기자, 뉴시스
걸그룹 뉴진스(왼쪽부터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는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 첫 변론기일에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이 중 다니엘은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이 해지됐다. 그래픽=송재우 기자, 뉴시스

걸그룹 뉴진스를 둘러싼 일명 ‘뉴진스 사태’가 멤버 3명의 복귀와 1명의 계약 해지로 일단락됐다. 나머지 1명은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 사태를 통해 아티스트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주장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아울러 팬덤의 맹목적 지지와 대중을 상대로 한 선동이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알린 일대의 ‘사건’이었다. 지난 22개월에 걸친 뉴진스 사태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봤다.

1. 하이브 vs 민희진 前 대표 경영권 분쟁 촉발

2024년 4월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의 대표였던 민희진과 경영진을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민 전 대표가 대외비인 계약서를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해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하이브는 민 전 대표의 사임을 요구했고, 민 전 대표는 공식 입장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그는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 음악 산업과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다”며 하이브의 또 다른 자회사 빌리프랩에 소속된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베끼고 있으며 이에 문제를 제기하자 하이브 측이 자신을 쫓아내려 하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경영권 탈취 정황에 대해서는 “어이없는 내용의 언론 플레이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이브 측의 주장과 달리 어떠한 투자자와도 만난 적 없다고 일축했다.

2. 뉴진스 지지 여론 만든 민희진 기자회견

하이브가 서울용산경찰서에 민 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2024년 4월 25일, 민 전 대표는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두 명을 대동한 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경영권 탈취와 여성 무속인에게 경영 사항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는 이른바 주술 경영 의혹을 반박했다. 이날 민 전 대표는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비속어가 포함된 격앙된 어조로 말을 이어 갔다. 그는 “경영권 찬탈을 시도하거나 의도한 적이 없다”며 “내가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라 하이브가 날 배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술 경영 의혹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아는 지인이 있는데 그 사람이 무속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 전 대표의 법률 대리인 이숙미 변호사는 “배임은 회사 가치를 훼손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 실제 의도가 있었고 실행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해당 기자회견 이후 민 전 대표의 파란 캡 모자와 초록색 스트라이프 맨투맨 티셔츠가 화제가 되며 품절되는 등 민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여론이 확산했다.

3. 뉴진스의 ‘탈(脫)어도어’ 기자회견

하이브 측과 민 전 대표의 갈등이 불거지던 가운데 사태의 핵심인 뉴진스는 2024년 11월 28일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은 언론사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되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뉴진스는 “소속사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며 “29일 자정부터 뉴진스와 어도어는 계약을 해지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계약 해지 이유에 대해서는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에 계약을 해지한다”며 “저희는 충분히 대화했고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그 기간에 답변이 없었기에 거기에 쓰인 대로 계약 해지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약금에 대해서는 “전속계약 위반을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활동했기에 우리가 위약금을 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4. 뉴진스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 전부 인용

뉴진스의 주장과 달리 어도어는 법원에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냈다.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성장한 K-팝 산업, 나아가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판단을 구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다만 뉴진스 멤버들은 “신뢰 관계가 파탄 났기에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양측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도어는 뉴진스의 독자 활동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어도어의 소속사 지위를 인정하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뉴진스가 작사·작곡·연주·가창 등 뮤지션으로서의 활동 및 방송 출연, 광고 계약의 교섭·체결, 광고 출연이나 상업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도어의 승인이나 동의를얻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었다.

5. 뉴진스, NJZ로 독자 활동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탈어도어’를 선언한 뉴진스는 NJZ라는 새로운 활동명을 발표하며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했다. 지난해 3월 23일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콤플렉스콘’이 그 첫 무대였다. 이날 공연장에서는 ‘뉴진스’가 아닌 멤버들이 새로 정한 팀명 ‘NJZ’가 소개됐고, 공연장 인근에서는 NJZ 이름으로 자체 제작한 굿즈도 판매됐다. 뉴진스의 히트곡을 부르지 못하고, 다섯 멤버가 각자 커버곡 위주의 솔로 무대를 선보인 뒤 신곡 ‘피트 스톱’(Pit Stop)을 공개했다. 이는 어도어와 전속계약이 유효한 상태에서 벌어진 명백한 계약 위반 행위다. 이 행사에 맞춰 어도어는 홍콩으로 직원을 파견했으나 뉴진스를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뉴진스가 NJZ로 활동한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가 됐다. 이 공연 직전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소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에도 뉴진스는 어도어 복귀가 아닌 활동 중단을 택했다. 이들은 “법원 결정을 존중해 활동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 버니즈(공식 팬덤)가 속상할 수 있지만 이것이 우리를 지키는 일이다. 그래야만 더 단단해져서 돌아올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저희는 돌아온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2024년 4월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2024년 4월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6. “독자 활동 1회 시 1인당 10억 원”… 뉴진스 간접강제금 명령

법원의 가처분 신청에도 뉴진스는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간접강제 신청을 제기했고,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간접강제금은 법원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법원은 “1회 활동 시 1인당 10억 원씩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뉴진스가 어도어의 사전 승인이나 동의 없이 독자 활동할 경우 멤버 5인이 1회당 50억 원을 어도어에 물어야 하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당시 재판부는 “뉴진스가 2024년 11월 29일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이후 일관되게 어도어와 관계를 단절하고 독자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의 어도어 지위보전 가처분 결정이 나온 지 불과 이틀 뒤에 홍콩에서 열린 콤플렉스콘에 NJZ라는 그룹명으로 참석해 사실상 법원의 명령을 어긴 것에 대해 “NJZ라는 새로운 그룹명으로 공연하고 신곡까지 발표한 것은 가처분 결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향후에도 의무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7. 뉴진스, 어도어 전속계약 소송 1심 패소… “뉴진스는 어도어 소속”

뉴진스와 어도어 간 전속계약이 유효하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약 1년에 걸친 다툼 끝에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 줬다.

지난해 10월 30일 서울중앙지법은 어도어가 뉴진스 다섯 멤버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어도어 측의 주장이 모두 인용됐고, 뉴진스는 ‘완패’했다.

당시 재판부는 “민 전 대표를 어도어에서 해임한 사정만으로는 뉴진스를 위한 매니지먼트에 공백이 발생했고, 어도어의 업무 수행 계획이나 능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어도어와 뉴진스 간 신뢰 관계가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돼 전속계약의 해지 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민사소송은 2주 안에 항소할 뜻을 밝힐 수 있지만 멤버 5명 전원은 항소하지 않았다. 뉴진스가 법적으로 어도어 소속이 맞는다는 법원의 판단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8. 해린·혜인, 어도어 복귀 선언

뉴진스 멤버 중 해린, 혜인이 어도어로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12일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어도어와 함께 활동을 이어 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면서 “두 멤버는 가족들과 함께 심사숙고하고 어도어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끝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전속계약을 준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2024년 11월 기자회견 이후 한목소리를 내던 뉴진스의 첫 균열이었다.

이 직후 나머지 멤버인 민지, 하니, 다니엘 역시 “최근 저희는 신중한 상의를 거쳐 어도어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협의를 마치고 소속사인 어도어를 통해 복귀를 알린 해린, 혜인과 달리 3인은 법무법인을 통해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한 멤버가 현재 남극에 있어 전달이 늦게 되었는데 현재 어도어가 회신이 없어 부득이하게 별도로 입장을 알리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 직후 민 전 대표가 “어떠한 상황에서든 뉴진스는 5명으로서 온전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으나 어도어와 협의를 마치지 못한 3인이 여전히 민 전 대표와 소통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복귀 과정을 지켜보는 대중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9. 하니 복귀, 다니엘은 전속계약 해지 후 431억 원 소송

해린, 혜인의 복귀 후에도 뉴진스 사태는 한 달 넘게 표류했다. 그리고 어도어는 2026년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멤버 하니의 복귀와 다니엘의 전속계약 해지 사실을 알렸다. 어도어는 “하니는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어도어와 장시간에 걸쳐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면서 “지난 일들을 되짚어 보고 객관적으로 사안을 바라본 후 어도어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다니엘에 대해서는 “뉴진스 멤버이자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로 함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또한 이번 분쟁 상황을 초래하고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다니엘 가족 1인과 민 전 대표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직후 어도어는 다니엘을 포함한 3인을 대상으로 약 43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0. 뉴진스, 활동 재개 가능할까

뉴진스 사태를 통해 ‘완전체’는 깨졌다. 다니엘과 전속계약이 해지되며 최대 4인만 활동이 가능해졌다. 아직 거취를 정하지 못한 민지의 합류 역시 불투명하다. 어도어는 “민지 역시 어도어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상호 간의 이해를 넓히기 위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 가고 있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뉴진스가 활동을 재개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5인조 원형을 유지할 수 없고, 약 1년의 법적 다툼을 벌이며 이미지에 금이 갔다. 대중 앞에 서게 되더라도 앞선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구체적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안진용 기자, 김유진 기자
안진용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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