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김병기 의혹’에 대한 질문들

 

‘김의 의혹’ 관련 꼬리무는 의문… 종국엔 ‘공천 사유화 최종적 수혜자는 누구인가’로 귀결

민주당 공천, 카르텔 진입 자격심사로 전락… 도덕성 독점 정당에 어른거리는 ‘과두제의 유령’

김병기 의혹, 센 게 터졌다.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김병기 관련 의혹이 갑질·접대·특혜·권한남용의 문제를 넘어 공천권을 매개로 한 금품 수수 및 조직적 은폐 문제로 치달으며 의혹의 성격이 질적으로 달라졌다.

특히 이재명 대표 체제로 치러진 2024년 총선 당시의 ‘비명횡사’는 계파 숙청이라기보다는 기득권으로 똘똘 뭉친 정당 카르텔 내부의 자격심사에 가까웠다. 정치적 올바름과 도덕성을 독점해온 민주당에서 시대착오적 ‘과두제의 유령’을 본다.

◇사건의 전말

김병기 공천헌금 의혹 사건은 2020년 총선→2022년 지방선거→2024년 총선을 고리로 ‘셀프 검증·셀프 면죄’ 구조를 내보인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서울 동작구의원 2명이 2020년 총선 전 김 전 원내대표 측에 총 3000만 원을 전달한 후 총선 뒤 돌려받았고, 2023년 말 이재명 당시 당대표를 수신자로 하는 관련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작성했다. 탄원서는 2024년 초 당대표실과 당 윤리감찰단을 거쳐 김병기에게 돌아왔다.

김병기는 그때 22대 총선을 앞둔 공직선거후보검증위원장이었다. 즉 의혹의 당사자가 의혹을 검증해야 하는 주체가 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별도 입장이나 조치가 없었고, 의혹은 수면 아래로 잠겼다.

김병기는 2022년 전국 지방선거를 앞뒀던 시점에 불거진 강선우·김경 사건과도 연결됐다. 공천관리위 간사로서, 강선우 의원 측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2023년 11월 김병기 관련 다른 사건을 수사하던 중 구의원들의 탄원서를 확보했지만 “수사 요청 사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입건하지 않았다. 2024년 총선 전후는 ‘비명횡사’ 공천에 따른 이재명 당대표와 친명 권력집중의 시기였다. 김병기는 후보검증위원장으로 비명횡사 공천 실무를 총괄했고, 본인은 서울 동작갑에 단수 공천돼 3선에 성공했다.

◇문제의 제기

김병기 의혹은 패턴화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천권을 매개로 한 ‘금품수수→은폐→권력집중’으로 이어진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질문은 공천헌금 의혹이 김병기 개인의 문제인가 당 차원의 문제인가, 그리고 공천 시스템은 어떻게 사유화됐는가 등이다.

그즈음 민주당 입장에서 일련의 전국단위 선거는 ‘박근혜 탄핵(2017년)’ 이후 정권교체의 정당성을 빌드 업해 가는 시험대였다. 따라서 이 시기 공천은 권력재편의 핵심 장치였다. 김병기는 윤리 판단의 경계선에 걸쳐, 공천 실무를 쥐고 후보 검증을 주도했다. 공천권이 오염됐다면 그 파장은 개인을 훨씬 넘어설 수밖에 없다.

공천권이나 이권을 매개로 한 금품 제공은 보험금이다. 공천헌금의 목적이 이뤄지지 않자 구의원들에게 돈을 돌려줬다는 것은 공천헌금의 존재를 긍정하는 증거가 된다. 탄원서가 당대표실→윤리기구→검증위원장(본인)이라는 귀환 과정을 겪었다는 것은 민주당 지도부가 형사·사법적 판단은 물론 당내 징계를 고의 회피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묵인·방조·활용 이 셋 중 어느 하나라도 당 지도부가 관여했다면, 책임은 개인을 벗어난다. 이수진 전 의원 등 문제 제기자들은 정치적으로 소멸했고, 비명횡사의 칼을 휘두른 의혹의 당사자는 단수공천의 수혜자가 됐다. 개인 비위가 아니라 사유화한 당 차원의 시스템으로 봐야 할 근거들이다.

◇최종 수혜자

이 지점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공천 시스템 사유화의 최종 수혜자는 누구인가라는 점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김병기 의혹들이 민주당 권력 운영 방식 전체를 비추는 거울이 됐기 때문이다.

2024년 총선 결과는 비명계 생활권 박탈(비명횡사)과 친명계 생활권 확대(친명횡재)로 요약된다. 김병기는 실무자였고 구조는 상부를 향한다. 김병기는 공천의 칼을 휘둘렀고, 그 칼을 계속 쥐게 한 권력이 존재했다. 이재명 지도부는 총선 압승과 당 장악력 강화로 윤석열 정권과 맞서 대선 단일대오를 구축할 수 있었다. 총선 결과로 볼 때 공천 과정의 정치적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린 것은 이재명 대표 체제였다.

2022년 대선 패배 직후 이 대표는 극심한 계파 갈등과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고, 그 타개책으로 공천 시스템 사유화가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체제는 이 구조의 산물이다. 동시에 이재명 체제는 2024년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극대화됐다는 점에서 이 구조의 적극적 관리자이자 수익자이기도 하다.

이제 남는 질문은 당시 이 대표가 김병기 공천헌금 의혹을 몰랐는가 → 알고도 계속 기용했는가 → 그 이익의 최종 수혜자가 누구인가로 집중된다. 김병기의 전 보좌관의 폭로에 따르면 공천헌금 의혹을 담은 탄원서는 김현지를 통해 당대표실에 전달됐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병기는 여전히 공천 실무를 집행했다.

◇과두제의 철칙

민주당에서 공천 시스템은 명목상 존재했으나 결정의 무게중심은 소수의 지도층으로 이동했다. 이는 조직이 커지고 민주적 목적을 가질수록 필연적으로 소수 엘리트에 의해 지배된다는 과두제의 철칙을 떠올리게 한다(로베르트 미헬스 ‘정당론’). 이때 정당은 권력과 자원을 공유하는 카르텔이 된다.

민주당의 공천은 정당 카르텔 진입·잔류 자격 여부를 가리는 장치였고, 공천헌금은 카르텔 진입 비용이었다. 정의와 평등, 민주주의를 강조해온 민주당에서 왜 이런 과두적 행태가 나타날까. 이는 도덕적 배반이 아니라 조직권력의 역설이다. 미헬스의 말처럼,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조직일수록 운영이 전문화되고, 전문화가 곧 권력 집중으로 이어진다. 민주당이 정의를 앞세웠기 때문에 과두화한 것이 아니라, 정의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조직이 되었기 때문에 과두화한 것이다. 다론 아제모을루가 지적한 대로, 혁명 혹은 정권교체 이후에도 엘리트는 제도를 장악한 채 착취적 질서를 재생산한다.

민주당의 공천 논란은 공당이 어떻게 과두화되고, 과두화가 어떻게 정의의 언어로 정당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1세기 전에 생산된 과두제의 철칙은 다시 증명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 법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혁신보다는 회피로 불온한 구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비명횡사’란 민주당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이재명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배제된 것. 비명계 현역 의원·주요 인사들이 컷오프되거나 경선 기회가 박탈되는 등의 조치가 이어졌음.

‘과두제의 철칙’은 민주적인 조직이라도 소수 엘리트에 의한 과두 지배가 필연적이라는 주장으로 로베르트 미헬스가 제시. 다론 아제모을루는 특히 착취적 제도에서 과두제의 철칙 발생 필연성 역설.

■ 세줄 요약

문제의 제기: 김병기 공천헌금 의혹은 패턴화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천권을 매개로 한 ‘금품수수 → 은폐 → 권력집중’으로 이어진 문제로 확장 중. 당 지도부가 묵인·방조·활용 등에 관여했다면, 책임은 개인을 벗어나.

최종 수혜자: 김병기는 22대 총선 비명횡사 공천 주도. 당시 이재명 대표가 공천헌금 의혹을 몰랐는지, 김병기는 왜 계속 기용됐는지, 이익의 최종 수혜자가 누구인지 등 질문이 생겨. 이재명 체제는 공천의 최종적 수익자.

과두제의 철칙: 민주당의 공천은 정당 카르텔 진입·잔류 자격 여부를 가리는 장치였고, 공천헌금은 카르텔 내부에서 사유화한 진입 비용임. 정치적 올바름과 도덕성을 독점해온 민주당에서 ‘과두제의 유령’이 어른거림.

허민 전임기자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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