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말의 해다. 정지 시 기품이 넘치면서도 달릴 때는 천둥과도 같은 동물. 그 표상은 12간지 중 단연 압권이다. 띠와 현실이 무슨 관계가 있겠냐만, 그래도 우리의 무의식에 무언가 작용한다고 믿는다. 농이긴 하지만, 내 이름의 선비 언(彦)자가 날 그저 그런 서생에 머무르게 한 것 같다.
주마가편이라 했던가. 그동안도 쉴 새 없이 달려온 터지만, 무언가 결승점이 눈앞에 다다른 형국이니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다. 여전히 절정의 모델링을 과시하고 있는 김선구의 말 조각은 언제 보아도 짜릿하다. 동체를 분리했다가 재조립한 것 같은 해부학적 구성과 반추상의 개성적 표현은 한 편의 판타지다.
작가의 모델링 가치는 독특한 구성과 비장의 장치를 내장시킨 데서 더 돋보인다. 다분히 주관적이고 과장돼 보이기도 한다. 투각(透刻) 같은 요소로 구현하는 극적 표현성은 AI로도 생성하기 어려운 비표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 혁혁한 활동을 해온 작가가 말에 담은 우리의 정체성인지라 더 각별하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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