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1일 밝힌 신년사에서 “올 한 해를 붉은 말처럼 힘차게 달리는 해로,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뜨겁지가 않다.

이는 지난해 정치권이 보여준 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는 새 대통령 선출과 새 정부 출범이라는 결정적 시기였음에도, 여야는 정치와 민생 회복, 협치(協治) 대신 정쟁과 진영 논리를 선택했다. 정치의 본령인 민생을 놓고 정책 대결을 하기보다는 정치공학적으로 ‘다른 수단의 정치’를 애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상대에 대한 고소고발로 ‘사법의 정치화’를 부르는 ‘정치의 사법화’를 반복하거나, 정치적 경쟁자인 적수(adversary)와 군사적인 적(enemy)을 구분하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대처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류’를 답습했다.

여야가 ‘내란청산’을 둘러싸고 ‘내란옹호정당 국민의힘 해산’ 대 ‘이재명·민주당 독재 타도’ 프레임으로 맞서면서, ‘계엄·탄핵 시즌 2’가 재현됐다. 강성 지지층은 총결집했고, 국회는 전장이 됐다. 타협은 곧 배신으로 낙인찍혔다. 정청래·장동혁 체제의 여야 지도부는 강성 당원과 팬덤 정치에 올라타 반사이득을 누렸다. ‘개딸’과 ‘윤어게인’은 적수를 향한 공격인 듯했지만, 실제로는 상대 진영의 극단성을 앞세워 자기 진영의 극단성을 덮는 방패였다.

이재명 정부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는 공정성 논란을 키웠고,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사법부 압박 논란을 자초했다. 국민의힘 또한 12·3 불법 계엄으로 탄핵된 윤 전 대통령의 과오를 인정하거나 절연하지 못했다. 책임 회피와 진영 방어가 반복되며 법치주의와 공화주의는 훼손됐다.

그새 민생은 무너졌다. 물가·환율·집값은 치솟았고, 자영업자와 서민의 삶은 벼랑 끝에 몰렸다. 장바구니 물가는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고, 대출 이자 부담은 가계의 숨통을 죄었다. 민생 정치는 실종됐고, ‘이런 저질 정치에 국민 세금을 써야 하느냐’는 근본적 회의가 분노로 번지게 했다.

국민은 새해 정치권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지방선거에서 심판하겠다는 신호도 분명하다. 정치권은 ‘개딸’과 ‘윤어게인’을 가리기 위한 ‘전략적 극단주의’를 버리고, 다수 중도층의 상식과 요구로 돌아가는 ‘중도 수렴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미중 갈등 속 한반도 외교·안보 불안도 초당적 협력과 공화 없이는 감당할 수 없다.

6·3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이 아니라, 주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 경쟁의 장이 돼야 한다. 교통·주거·돌봄·교육·지역경제 등 생활 의제가 중심이 돼야 한다. 정치권에 거는 기대는 거창하지 않다. 정치의 기본, 즉 대화와 타협, 협치와 민생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내 민주주의와 정당 개혁은 필수다. 강성 당원과 팬덤 정치를 동원하는 공천 방식과 대중정당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명횡사·친명횡재’식 공천과 제왕적 당대표 구조를 없애고, 미국식 예비선거제와 원내정당 모델을 법제화해야 한다. 정치권이 공천과 정당 모델부터 다시 설계할 때, 정치 양극화는 완화되고 민주와 공화가 중심을 잡아 대한민국 대도약도 가능할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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