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오는 20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만 1년이 된다.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재집권의 원년을 마무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 작전을 승인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는 이 작전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일 오후 10시46분에 시작됐고, 작전 개시 3시간 만에 성공으로 끝났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일 자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불법적(illegal)이고 현명하지 못했다(unwise)’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오랜 악연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신문과 아사히(朝日)신문도 국제법적으로 무력행사의 마지노 라인인 자위권과 무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침공 작전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다. 리버럴한 경향이 더 강한 유럽 언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엔헌장을 이번 작전의 평가 기준으로 삼지만, 유엔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연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체적인 판단은 마두로 대통령이 뉴욕 법정에서 그가 묵인한 베네수엘라산(産) 마약으로 인해 미국과 미국민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다.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및 대만 장악 위협 등과 나란히 놓고 본다면, 한마디로 ‘강대국 이기주의’의 만연을 확인하게 된다. 심지어 러시아의 크름(크림)반도 병합은 2014년이었고, 중국의 인공섬 건설은 2013년을 시작으로 삼고 있으니, 무력을 앞세운 강대국의 이기주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가 수면 위에 떠오른 건 이미 오래전 일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의 지위 하락이 맞물려 시작된 논의였으니 20년 가까이 된 논쟁이다.
하지만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대신할 강대국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대체할 질서의 등장도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담당해 온 전통적인 역할이었던 국제안보 및 국제금융과 같은 국제 공공재 제공을 MAGA의 이름으로 포기한다고 해도, 미국의 지위가 당장 위협받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가장 유리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갑자기 변하는 것도 아니다.
주요 강대국들이 한결같이 이기주의에 충실해질수록 한국처럼 국제사회 의존성이 큰 나라의 입지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서 한국 외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3개이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의 포지셔닝, 중견국가로서의 역할, 북한 문제의 해결이 그것이다. 이 3개 영역을 둘러싼 국가 이익은 각각 독립적이기도 하고, 동시에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긴밀한 연결고리는 바로 한미동맹이다. 대체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트럼피즘’과 한미동맹의 주체로서의 ‘미국’은 당연히 분리돼야 할 것이다. 이번 베네수엘라 공습이 이례적 사건이긴 하지만, 국제사회의 무질서가 더욱 부각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전략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한층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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