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예규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무죄
정권에 굴복한 것 같은 모양새
독재적 권력 말로 3차례 경험
한결같이 과격한 해결을 자초
40년 민주화 성과 후퇴 막아야
이재명 정권이 삼권분립을 무력화하고 사법부를 압박하기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다. 이제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대법원에서 내란·외환전담재판부를 예규로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지귀연 재판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의혹 사건에서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를 판결한 것이다.
그동안 이재명 정권의 사법부 압박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청문회 불출석, 사법개혁 공청회 개최 등 나름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 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소신 있게 내리는 등 정치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과 지귀연 재판부의 태도 변화는 정치권력의 압박에 사법부가 더는 버티지 못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조 대법원장이나 지 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은 물론 더 나아가 재판의 공정성이 무너지는 현실을 투영한다는 점이다. 이는 삼권분립에 의한 정치권력 통제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됐음을 보여준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굴복한다는 것은 삼권분립의 붕괴를 뜻하며, 이미 정치권력의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선출된 권력의 우위를 주장하면서, 사법부를 압박해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것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일이다.
이미 정치권력의 압도적 우위를 앞세워 입법을 통한 독재가 현실화하고 있다. 반대와 비판은 무시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한 것을 재입법(대북전단금지법 등)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위헌적인 요소가 분명한 내란특별재판부를 내란전담재판부로 이름만 바꿔서 입법했다. 그 밖에도 사법행정위원회, 법왜곡죄 등 추진되고 있는 위헌적인 입법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은 독일의 나치 집권 초기와 유사한 점이 적잖다. 국내에서는 나치의 반유대 정책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못지않게 나치 체제 공고화에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정치적 반대 세력, 특히 사민당과 공산당에 대한 적대정책이었다.
한편으로는 베르사유 강화조약의 책임을 당시 집권당이던 사민당의 탓으로 돌리는 프레임 등을 통해 대중 선동과 여론 몰이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치의 과격한 정책을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 반대 세력의 척결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정당화했다. 그 과정에서 의사당 방화사건의 책임을 공산당에 뒤집어씌워 국민의 공산당에 대한 의혹과 분노를 부채질했고, 이를 통해 공산당을 불법화해 나치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이후 수권법을 통과시켜 입법을 포함한 모든 국가권력을 총통이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독일은 전체주의 국가로 전락했다.
지금 이재명 정권은 이미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 정권의 국정 과제 제1호라는 개헌은 왜 소리 없이 잠들었는가? 이대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에 취해 있는 것인가?
이재명 정권과 같은 강력한 독재적 권력이 탄생한 것은 대한민국의 짧은 역사에서도 처음이 아니다. 초대 이승만 정권도 그랬고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모두 그런 독재적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무엇이었나? 야당의 반대와 비판, 삼권분립을 통한 제도적 통제가 무력화됐을 때, 더욱 과격한 해결이 불가피해진다. 4·19혁명이 그랬고, 10·26사태가 그러했으며, 6·10항쟁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재명 정권은 현재 쥐고 있는 힘에 취해 있기보다는 그 중독의 후유증을 두려워해야 한다. 아무리 정권의 권력이 강력하다 한들 민주화 이전의 독재 권력들보다 더 강력하겠는가?
지난 40년의 민주화 성과를 후퇴시키지 말고 이재명 정권이 권력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사법부는 정치권력에 굴복해서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지 말고, 진정한 사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7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1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