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5일 정상회담은, 사드 사태 이후 10년 가까이 냉각된 한중 관계 복원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 측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방중에 비해 의전 격을 높였고,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는 유력한 양국 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해 경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빈방문임에도 공동성명이나 발표문조차 없는 것은 아쉽지만, 미·중 패권 경쟁에다 한미동맹과 북중 밀착 등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양 정상이 서해 구조물,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한한령 등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할 말은 하고, 서로의 입장을 완곡하게 밝힌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80여 년 전 중·한은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항해 승리를 거뒀다”면서 “힘을 합쳐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된 모두발언에선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이 중국 편에 서야 한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회담을 남북대화의 돌파구로도 삼으려 했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시 주석은 언질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이 견고해지는 결정적 계기”라고 했고, 시 주석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배려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을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실무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한 발표는 없었다. 회담을 앞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한반도 비핵화는 주변 국가의 이해가 걸린 문제”라며 “내실 있고 실질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것과 정반대다. 대만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면 북핵 해결은 한국의 핵심 이익임을 밝히고 기록으로 남겼어야 했다. 회담 뒤 위 실장은 “중국은 한한령 존재 자체를 시인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이 문제의 해결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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