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가끔 사라진 마음을 한참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마음이라는 것도 쓸고 닦고 탈탈 털어 햇빛에 보송하게 말린 다음 다시 고이 접어 넣어놓을 수만 있다면 세상의 오만 슬픔이 조금은 옅어질 텐데.
- 한여진 ‘쓸고 닦는 밤’(시산문집 ‘떡을 먹이고 싶은 마음’)
신년 1월 1일에는 대청소를 해야 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창문을 열고 걸레질을 시작한다. 영하의 날씨에도 두툼하게 챙겨 입은 채 구석구석 닦아낸다. 거실에서 부엌으로 안방으로 옷방으로 서재로.
물론, 청소를 하기 전에 먼저 떡국을 끓여야 한다. 늦잠을 잤으니, 계란지단은 생략하자. 대신 만두를 넣기로 한다. 떡국 냄새에는 달큼함과 고소함과 어쩔 수 없는 애틋함이 있다. 떡국을 먹어 보내는 지난 세월. 새롭게 맞아들이는 한 살의 나이. 마냥 좋을 리 없는데 입속에 고이는 군침은 어쩔 수 없다. 두 그릇 먹을 수는 없다. 한 살을 더 먹는 기분이 될 테니까. 그러니 가득 담은 한 그릇만. 이제 부른 배를 두드리며 눕고 싶지만, 오늘은 새해 첫날. 깨끗하고 하얀 도화지 첫 장. 그러므로 대청소는 필연적 귀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엔 대충 넘어가는 구석마저 닦고 쓸어내자. 이쪽 구석엔 먼지, 저쪽 구석엔 잃어버렸던 볼펜. 챙길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는 사이 나는 떡국과 대청소의 공통점을 생각한다. 잃은 것과 얻을 것을 짐작한다. 헌 날과 새날을 구분한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하루 차인 동시에 일 년 차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무척이나 곱씹는다.
청소를 마치고 창문을 닫고 나면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니다. 묘하게 반짝거리는 데가 있다. 그것, 아마도 내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의식을 다 치러냈으니 책상에 앉는다. 올해 몫으로 챙겨둔 다이어리를 꺼낸다. 빽빽하게 비어 있는 날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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