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중이 한중 관계의 복원을 의미한다는 점에 중국 측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국빈방문한 지 두 달 만에 우리 대통령을 같은 자격으로 초청한 것도 그 방증이다. 게다가, 보도에 따르면 양국 지도자는 다양한 이슈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듯하다.
그런데 중국은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한 논의를 공식화하려 하지 않는 기색이다. 중국 외교부의 회담 결과 문서에도 언급이 없었다. 중국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한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핵은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문제다. 특히, 북한이 2022년 9월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하면서 핵무기의 선제 공격권을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절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재천명했다. 2023년 말에는 한국을 동족 국가가 아닌 적대국으로 정의했다. 2024년에는 공격받을 경우 핵무기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다시 공표했다. 북한이 유사시 핵무기 사용 의지를 거듭 밝히고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하려는 판에 중국은 2023년부터 북핵 문제와 거리를 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견지했던 북한 비핵화 공식 중 ‘쌍중단’(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핵실험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병행)을 2023·2024년 중러 정상회담 공식 선언에서 각각 삭제했다. 대신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존중하라며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는 당사국과 논의를 통해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때의 이른바 ‘당사국 해결’ 입장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런 중국의 입장은 2024년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도 재확인됐다. ‘각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문구에는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와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자세가 담겨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의 수행 의사를 유지한다. 이는 한중 수교 이후 견지해 온 입장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 및 대화도 지지하는 근간이 된다. 실제로, 필요한 경우 나름의 역할도 수행한 게 사실이다. 6자회담의 주최국으로서,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성사에 기여한 나라로 자부한다. 특히 회담 후 중국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그 경위를 공개하면서 중국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문제는, 중국이 남북대화나 남북관계 개선 지지를 명문화해도 6자회담이나 하노이회담 성사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 데 있다. 문서화하고도 이행하지 않는 중국을 우리는 수교 이후 30년 넘게 경험했다.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 한미동맹을 가진 우리와의 관계에서 등거리 외교를 유지하려는 중국에 새로운 공략법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북중러 3국의 연대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결국 북한을 이들의 품 안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선례에 비춰보면, 이는 미중 관계와 미북 관계의 개선을 전제로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될 때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공통분모는 미국이다. 미국과의 공조 전략 마련이 관건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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