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오는 9일까지 계속되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일 개막됐다. 올해 핵심 주제는 인공지능(AI)이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이다. 현대차나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참여해 다양한 혁신 기술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1973년 CES에 흑백 TV를 전시하며 뛰어든 우리 기업들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어 AI와 피지컬 AI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중에 이어 세계 3위를 목표로 하는 범용모델에 비해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진단이 있다.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도 예정돼 있다. 한국은 세계적 제조업 강국이며, 1만 명당 운용 중인 로봇이 1000대를 넘어 이미 세계 1위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차 등의 형태로 플랫폼화해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센서, 액추에이터 등 주요 IT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냉정한 진단과 효과적 해결책이 요구된다.

피지컬 AI 개발에 필요한 자원의 양과 기술적 난이도가 AI 기반 모델 개발보다 적지도, 낮지도 않다. 피지컬 AI용 학습 데이터의 대량 확보는 기존 AI에 비해 더 어려우며, 합성 데이터 생성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부담도 크다. 연구 기관과 산업현장 간 데이터 공유가 핵심이지만, 기업 비밀인 제조 데이터는 외부 공개는 물론 협력 기업이나 학계 공유도 어렵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공유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최근 국내 기업들이 산학 협력을 위해 서울대에 설치한 ‘제조 데이터 공유 샌드박스’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에서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므로 오동작 위험성이 크다. 중국에서 휴머노이드가 인간을 공격하거나 미국 기업 웨이모의 자율차가 정전으로 샌프란시스코 도로 한가운데 멈춰서는 등 이미 다양한 사례가 있다.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되, 혁신의 싹을 자르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인재 양성과 운용에도 변화가 절실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AI 혁신을 반영해 코딩뿐 아니라 다양한 교과목의 개선이 시급하다. 대학 등 연구 기관의 GPU 구동용 전기 사용료 면제나 감면을 검토해야 한다. 반도체와 AI 산업계에서 완화를 희망하는 주 52시간제 등 탄력적인 연구·개발(R&D)에 부담이 되는 제도 또한 정비해야 한다. 피지컬 AI가 인간의 물리적 노동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일자리 영향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장기적인 대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피지컬 AI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피지컬 AI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개발의 경우 물리적 난제 해결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안전을 위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반적 정보 기술에 비해 혁신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최근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라 불리는 제네시스 미션을 발표했다. AI로 첨단 제조업과 생명공학·양자과학·반도체 등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국가 안보 강화, 에너지 패권 확보, 노동 생산성 향상 등을 이루려고 한다. 올해 CES는 피지컬 AI발(發) 새로운 창세기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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