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계엄옹호 탄핵반대 인사 발탁
내란종식이 정략用 자백한 셈
李 갑질로 통합 의미도 퇴색
윤어게인 지지자 장관 지명과
국민 피로도 큰 내란 우려먹기
계속 땐 지방선거 역풍도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을 사흘 남긴 지난 12월 28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을 지명,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혼란에 빠트렸다. 경제학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보수 정당의 초강세 지역구여서 좀처럼 한 사람에게 여러 번 공천을 주지 않는 서울 서초갑 선거구에서 3선(17·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21년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캠프 국가미래전략특위 위원장을, 지난해 대선에선 김문수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는 등 야권 중진이라 파문이 더 컸다.
특히, 20%대의 바닥 지지율을 기는 국민의힘이 받은 충격과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보수 정당에서 큰 혜택을 입은 그가 기본소득을 ‘헛돈’ ‘실현 불가능한 허구’ 등으로 비판하고, 확장재정·적자예산에 대단히 부정적이며,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등 정치 쟁점에서도 극단적으로 배치되는 이 대통령의 ‘보쌈’에 기꺼이 응해 ‘야반도주’한 것은 국힘에선 아무런 희망도 발견할 수 없다는 강력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입 직후부터 터져 나온 이 후보자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 가한 갑질, 특히 인턴 직원에게 한 “내가 정말 너를 죽였으면 좋겠다”는 고성 폭언으로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된다”(장철민 의원)는 등 지명 반대 의견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동요가 빨리 가라앉았다. 갑질에 더해 남편의 인천공항 인근 부지 땅 투기 의혹, 미국에 유학하던 20대 때 본인과 남편의 서울 성동구 상가 5채 매입 등 재산 문제까지 불거지자 이 대통령의 ‘통합과 실용을 위한 통 큰 결단’이라는 약발이 다했다. 근본적인 반성과 쇄신을 해야 할 국힘엔 별로 좋은 일이 아니지만, 이 대통령의 ‘이혜훈 발탁’이 꼭 나쁜 일만도 아니다.
우선, 비상계엄을 긍정하고 탄핵에 반대했던 강성 ‘윤어게인’ 세력이었던 이혜훈을 영입함으로써 이 대통령과 여권이 1년 넘게 주장해온 ‘내란 청산’이 종말을 맞았다. 역대 최대 규모인 내란 특검을 만들어 사상 최장인 180일을 수사하게 하고, 전 부처 75만 공무원을 상대로 내란청산기구를 가동해 부역자를 색출하며, 위헌적인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을 제정·공포했지만, 여권 핵심들도 정략용으로만 내란 종식을 떠들 뿐 실상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백한 셈이다. 솔직히 계엄은 선포 2시간 30분 만에 국회의 해제결의안 가결로 종결됐다. 여권 주장대로 내란이라고 해도 진압된 지 1년이 넘었다.
“내란 세력은 몸속 깊이 박힌 치명적 암과 같다” “내란 특검이 끝나더라도 이 상태로 덮고 넘어가긴 어렵다” “‘빛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친위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그 시작이다” “내란 사태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진압 중이다”. 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가 아니라 1년이나 지난 뒤에 한 말이다. 틈만 나면 ‘내란정당 해산’을 입에 올리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지난 12월 26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내란 진압은 한시도 멈출 수 없다” “내란의 티끌까지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했다. 2시간 반 만에 좌절된 계엄을 2차 종합특검과 내란재판부 가동 등으로 재탕에 삼탕, 사탕까지 우려먹겠다는 말이다. 김민석 총리도 지난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새해에 우리는 반드시 내란을 완전히 극복하고… 국가 재도약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가세했다.
집권 세력 세 요인이 ‘내란 청산’을 입에 달고 1년을 살아왔고 ‘내란 우려먹기’를 계속할 모양새지만, 이혜훈 발탁으로 내란 청산은 코미디가 됐다. 이 후보자는 계엄 직후부터 핵심 친윤석열 인사로서 각종 집회와 TV토론 등에 앞장서 나섰다. 비상계엄은 “법과 절차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옹호했고 “불법 탄핵을 중단하고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직 3년 동안 30건의 탄핵이 추진됐다. 이렇게 나라를 흔드는 게 내란 아니냐”고까지 했다. 이런 골수 윤어게인 인사를 끌어들여 놓고 내란 청산 운운하면 양심이 없는 철면피한 사람이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보유한 집권 세력이 정책 대결보다 국민 피로감만 키우는 ‘내란 우려먹기’를 계속하면 지방선거 때 역풍이 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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