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공천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된 경찰의 행태가 법치 불신을 더욱 부추긴다. 오는 10월 사라질 검찰을 대신해 권력형 비위 사건을 도맡아 수사하고 있지만, 수사 역량과 의지는 고사하고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황당한 일들이 잇달아 불거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강선우 의원에게 1억 원 전달 의혹을 받는 ‘핵심 혐의자’ 김경 서울 시의원은 경찰이 출국금지 조치도 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떠났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 사건을 둘러싼 정황은 경찰도 한통속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부를 지경이다. 2024년 총선 이전에 그의 배우자가 서울 동작구 구의원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당시 야당 소속이던 김 전 원내대표는 여당의 경찰 출신 중진 의원에게 ‘동작경찰서장에게 무마 청탁 전화’를 부탁한 데 이어 자신도 직접 통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건이 무혐의로 처리된 뒤엔 김 전 원내대표가 동작서 팀장급 간부와 “영원히 같이 가자는 의미의 파티(식사)를 했다”는 전직 보좌진의 증언도 나왔다.
경찰서 팀장이 김 전 원내대표에게 ‘진술 조언’도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경찰은 법인 카드를 사용한 식당과 CCTV 조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로 처리했다는 정황도 있다. 지난해 11월 김 전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이 동작구의원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김 전 대표 배우자에게 돈을 전달했다 되돌려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전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수사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이랬다면 여당은 즉각 특검을 주장했을 것이다. 경찰이 혐의자와 통화하고 술자리를 가진 것 자체만으로도 감찰·징계 및 수사 대상이 된다. 김 전 원내대표가 검찰 폐지 법안 통과에 앞장섰던 것과 겹치면서, 검찰 해체 뒤에 닥칠 형사사법 시스템의 붕괴와 타락이 더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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