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현의 Deep Read -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

 

2025 NSS에 드러난 ‘트럼프 코롤러리’ 실행… 정책적, 국제·국내법적, 규범적 문제 야기

규칙기반 국제질서 훼손 논란 가열… 한국, 자강·연대·포용으로 외교적 지평 넓혀야

미국이 ‘단호한 결의(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그의 부인을 전격 체포하는 특수작전을 감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안전하고 적절한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관리들이 직접 개입할 것임을 시사하며, 필요하다면 지상군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형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노후한 석유 인프라를 재건하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코롤러리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공격을 명령한 명분은 마약·불법이민과의 전쟁이지만 속내는 세계 1위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 자원 확보와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언급한 ‘먼로 독트린’ 강화, 그리고 그에 따른 ‘트럼프 코롤러리’를 실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남미 좌파 정권들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베네수엘라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에 대해 서반구 침투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집권 이후 석유 산업을 전면 국유화하면서 석유 인프라가 완전히 몰락했다. 당시 미국 기업 엑손모빌이 운영하던 프로젝트도 몰수당했다. 그 때문에 트럼프는 베네수엘라가 미국 석유를 훔쳐갔다고 주장한다.

마두로 정권은 선거 조작, 인권 침해, 대규모 난민 발생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유엔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마두로가 그의 정적들을 상대로 한 10년 이상에 걸친 살해, 고문, 성폭력, 자의적 구금 행위를 상세히 기록했다. 그는 2024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훔쳤고, 약 800만 명에 달하는 난민 탈출을 부추겨 지역 전반에 경제·정치적 혼란을 야기했다. 이 때문에 마두로 대통령에게 동정을 느낄 사람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 베네수엘라 교민들은 그의 축출을 ‘해방’이라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

◇미 군사개입 정당한가

마두로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미국의 군사 개입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첫째, 정책적 관점에서 주권 침해와 정권교체 전략의 정당성 문제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개입은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한 개입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이는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부인해온 정권교체를 위한 무력 사용을 사실상 인정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둘째, 국제법적으로 유엔헌장 제2조 4항, ‘국가의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사용 금지’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의 미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임박하지 않은 한, 자위권(헌장 제51조)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우리가 운영한다(run)’는 표현은 헤이그 규칙·제네바 협약상 ‘군사 점령’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셋째, 미국 국내법적 쟁점이 있다.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에 따라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장기적 군사 개입 시 대통령 권한 남용 논란이 따르며 60일 제한 규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넷째, 국제규범·질서 차원의 함의다. 미국이 스스로 영토주권은 상황에 따라 무시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순간, 국제질서 전반에서 무력에 의한 통치 논리가 확산될 위험이 크다. 특히 중견국·개도국 입장에서는 동맹보다는 자강·핵심 억지 수단 확보(예를 들면 독자 핵개발)로 전략 전환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규칙기반 국제질서 훼손

그 이유가 무엇이든 마두로 체포는 단순한 범죄인 체포가 아니라 규칙기반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타국 영토에서 군사력을 행사하고 국가원수를 체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주권침해이자 유엔헌장상 무력 사용 금지 원칙과 직결된다.

베네수엘라 공격은 단기적 정치·억지 효과보다, 국제법·주권 규범 훼손과 장기적 전략 비용이 훨씬 큰 고위험 선택지이다. 뉴욕타임스는 1월 3일자 전면 사설에서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군사행동은 불법이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나쁜 정권’이라는 이유만으로 군사적 정권교체를 시도하는 것은 미국 스스로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다. 중국·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자국 주변국을 지배하려는 논리를 정당화해줄 위험도 있다.

미국은 마두로를 ‘나르코 테러리스트’로 기소된 범죄자로 규정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타국 영토에서의 직접적인 체포·집행은 국제법상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만일 이런 방식이 관행화된다면 국제질서는 ‘법의 집행’이 아니라 ‘힘의 집행’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

결국 핵심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책임성을 어떤 절차와 규범을 통해 구현하느냐에 있다. 그 절차와 규범을 결정하는 것이 결국 힘이라면 강대국이 아닌 모든 나라의 앞날은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 전조는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됐고 베네수엘라에서 재현됐다.

◇한국 대외정책의 과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규칙기반 국제질서의 근간인 영토주권 존중을 무시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공격함으로써 명맥만 유지하던 규칙기반 국제질서에 치명타를 가했다. 마두로 체포 사건은 국제관습법상 현직 국가원수의 인적 면책도 타국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박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적나라한 힘의 국제정치가 횡행할 때 펼쳐질 삭막한 현실의 전주곡이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중 ‘멜로스의 대화’의 의미를 새삼스레 곱씹어볼 때가 왔다.

최근의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은 강대국이 아닌 나라들에는 결국 ‘자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준다. 강대국이 아닌 한 혼자 힘으로 자강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자강으로 모자란 것은 ‘연대’로 보완하는 한편, ‘포용’으로 외교적 지평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제정치의 구조적 제약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한 국익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실용외교의 핵심이다. 나아가 일방적 무력 사용이 국제분쟁 해결의 보편적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 그것은 우크라이나나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한반도에도 공히 적용될 외교 대원칙이다.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전 소장

■ 용어설명

‘코롤러리’란 필연적 귀결이란 뜻.‘트럼프 코롤러리’는 먼로 독트린의 필연적 결과로서 서반구를 미국 안보의 최우선 영역으로 재설정한 외교 원칙이자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NSS)의 핵심 개념.

‘멜로스의 대화’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나오는 일화. 아테네인이 멜로스인에게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감내해야 할 피해를 당할 뿐”이라고 한 최후통첩 내용이 나옴.

■ 세줄 요약

트럼프 코롤러리: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미국의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언급한 ‘먼로 독트린’ 강화, 그에 따른 ‘트럼프 코롤러리’를 실행한 것. 이는 미국의 서반구에 대한 패권 의지를 증명한 것임.

규칙기반 국제질서 훼손: 하지만 트럼프의 군사작전을 동원한 마두로 체포는 정책적, 국제·국내법적, 규범적 문제점을 야기. 마두로 체포는 단순한 범죄인 체포가 아니라 규칙기반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

한국 대외정책의 과제: 한국은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자강’을 이루고 자강으로 모자란 것은 ‘연대’로 보완하며 ‘포용’으로 외교적 지평을 더욱 확대해야. 무력 사용이 국제분쟁 해결의 보편적 수단이 되어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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