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최근 당내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문제에 대해 “‘시스템 에러’라기보다는 ‘휴먼 에러’에 가깝다”고 했다. 쉬운 말로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의 개인적인 일탈이지 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 이런 용어를 썼을 것이다. 이미 강 의원은 제명 조치했고,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제명하기 전에 자진 탈당을 압박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가 지역구 내 구의원 2명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것이나 강 의원이 서울 시의원에게서 1억 원을 받은 문제는 그 자체로 보면 휴먼 에러라고 얘기할 수 있다. 사람이 의도와 다르게 행동하거나 판단을 잘못해서 벌어지는 것을 휴먼 에러라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단지 개인의 일탈 행위로 치부하기엔 시스템의 문제도 존재한다.

국가안전기획부에서 20여 년 동안 인사 업무와 블랙 요원 양성을 해온 김 전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잘 드는 칼’ 역할을 해왔다. 운동권 출신이 많은 민주당에서 공작, 작전을 해본 사람은 드물다. 김 전 원내대표가 안기부에 근무할 당시만 해도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부훈처럼 음지의 일에 익숙했다. 지난 총선에서 그는 예비후보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검증위원장을 맡았다. 이 자리는 당시 이재명 대표의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붙는 비명 배제 공천을 하는 칼잡이 역할이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칼날에 친문·친노계 의원 상당수가 컷오프 됐다.

그런데 이수진 전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원내대표가 구의원들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탄원서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현지 제1부속실장(당시 당 대표 보좌관)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건은 김 전 원내대표에게 다시 전달됐다. 당시 이 대표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김 전 원내대표에게 공천 일을 맡긴 이유가 궁금하다.

강 의원은 김경 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공천관리위원으로서 김 시의원이 공천을 받는 데 앞장섰다. 이후 강 의원 역시 이 대통령의 발탁에 따라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됐지만, 갑질 의혹으로 낙마했다. 문제를 알았을 텐데 이 대통령은 계속 중용했다. 이 정도면 휴먼 에러가 아니라 시스템 에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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