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그동안 국제사회의 탄소 감축을 주도했던 유럽도, 예상과 달리 장기간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연합(EU)의 자동차 및 제조업 경쟁력을 고려한 산업정책으로 결국 기후정책이 후퇴하는 모습이다. 일본도 녹색전환 정책으로 탄소중립과 산업정책의 조화를 추구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정책으로 방향이 분명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기후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강력하게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자국 산업의 보호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각국의 공통된 기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근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채우지 못할 경우 자동차 제조사가 막대한 경제적 페널티를 받게 되는 구조로 정책을 설계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미달성 대수당 현재 150만 원 수준의 페널티가 2028년부터는 대당 300만 원으로 2배로 올라간다. 이에 더해 실적이 저조한 제조사의 차량은 향후 정부의 구매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원 금액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시장에서 경쟁력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지불해야 하는 페널티를 차량 가격에 반영할 것이고, 결국 전기차나 수소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자동차 부품업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다양한 유연성 제도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감면 또는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 정책이 단순하고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우 복잡해진다. 더 큰 문제는, 탄소중립도 달성이 어려워지고 산업 경쟁력 유지도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이 성공하고 산업정책과 조화를 이루려면 두 가지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한다.
우선, 무리하게 공급자에게 채찍을 가하는 정책을 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정부가 되돌아봐야 한다. 공급자에게 채찍을 가하는 것보다 수요자에게 당근을 주는 게 분명한 정책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게 더 바람직하다. 물건은 소비자가 사기 때문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구 협의체인 녹색금융협의체(NGFS)는 에너지 전환을 ‘질서 있는 전환’(Orderly Transition)과 ‘무질서한 전환’(Disorderly Transition)으로 구분한다. 무질서한 전환은 높은 리스크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한 탄소가격 도입이나 내연기관 금지 등의 조치가, 기존의 산업이나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거나 관련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자산가치가 급락하는 충격을 받게 됨을 의미한다. 급속한 정책 전환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하나, 정부가 지금 강력하게 추진하는 무공해차 달성 목표가 무질서한 전환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과연 지금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무공해차 목표 달성을 위한 준비가 돼 있는가? 너무 속도가 빠르고 준비 안 된 에너지 전환도 무질서한 전환이다. 정책 추진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