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 원에 20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8일 발표했다.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은 한국 기업의 신기원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분기 영업이익 16조 원 이상이 예상된다. 이런 실적 서프라이즈는 D램 품귀와 가격 급등,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과 파운드리 사업의 회복이 맞물린 결과다. K-반도체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AI 모델이 학습 위주에서 추론 단계로 넘어가면서 GPU뿐 아니라 HBM과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메모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진다. 범용 D램 가격은 1년 만에 7배 가까이 뛰었다. HBM에서도 삼성전자는 구글·AMD에 이어 지난해 3분기부터 엔비디아 납품에 성공하며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파운드리 부문 역시 수율과 발열 문제를 해결하며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퀄컴과 2나노 AP 등 다른 대형 수주들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글로벌 빅테크 구매 담당자들이 판교와 평택에 몰려오는 이유다.
한국 경제는 더 이상 반도체와 따로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이 1%대 저성장에 머무는 사이, 대만은 TSMC라는 단일 엔진으로 7% 성장을 이뤄냈다. 대만 정부가 전력·용수의 우선 공급은 물론, 중국의 침공 위협 속에서도 TSMC 직원들의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줄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반면 한국 현실은 답답하다. 일본 규슈의 TSMC 공장이 20개월 만에 완공된 것과 달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빨라야 8년”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정치 논리와 지역 이기주의가 판치는 것도 불길한 조짐이다. 전북 정치권이 “내란 종식을 위해 삼성 반도체 공장이 용인에서 새만금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전남도 “RE100 반도체 국가산단은 순천으로 와야 한다”고 가세했다. 지난해 말 반도체 특별법은 기업들이 절실히 요구해온 주 52시간제 예외를 뺀 채 통과됐다. K-반도체 질주를 보며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더 이상 돕지 못할망정, 훼방은 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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