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없는 전쟁

최재운 지음|북트리거

 

챗GPT가 군사 문서 요약·분석

수만명 용의자 20초 만에 식별

감정·경험 배제돼 PTSD 줄지만

소수 결정에 좌지우지될 가능성

 

AI연구자·군사분야 애호가 저자

4차 산업혁명 새 전쟁현장 분석

최재운 광운대 교수는 ‘인간 없는 전쟁’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본격화된 이후의 전쟁 양상을 보여준다. AI 지휘관과 로봇부대로 이뤄진 미래의 전장에서 최 교수는 과거의 ‘결정적 전투’가 소멸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최재운 광운대 교수는 ‘인간 없는 전쟁’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본격화된 이후의 전쟁 양상을 보여준다. AI 지휘관과 로봇부대로 이뤄진 미래의 전장에서 최 교수는 과거의 ‘결정적 전투’가 소멸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새해 들어 걱정이 늘었다. 인공지능(AI) 때문이다. 단순 노동에서 창작, 사무직에서 전문직까지 AI가 분야를 막론하고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다정한 대화 상대였던 AI는 어느새 경쟁자가 됐다. 그러나 이런 불안이 사소하게 느껴질 만큼, 이미 상용화와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된 현장이 있다. 전쟁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미처 몰랐을 변화다. 지금은 챗GPT가 첩보 문서를 요약하고, AI 드론이 전투기를 격추하는 시대다.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에도 AI 기술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AI센터의 AI개발·서비스기획 담당자를 거쳐 현재는 광운대 빅데이터경영전공 교수를 지내고 있는 AI 연구자이자 군사 분야 애호가인 저자는 네 차례의 산업혁명마다 새로운 기술을 먼저 확보한 국가가 세계 패권을 거머쥐었다고 말한다. 증기기관을 앞세운 영국의 철갑선, 대량생산체계를 완성한 미국의 폭격기, 반도체를 바탕으로 냉전을 끝낸 미국의 정밀유도무기. 이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를 둘러싼 새로운 전장이 열렸고, 오늘날 미·중을 중심으로 한 기술패권 경쟁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다. 엔비디아의 GPU 같은 AI용 칩은 현대전의 ‘디지털 화약’이 됐다. 무역·관세 경쟁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군비 경쟁에 가깝다.

비극적이게도 경쟁할 ‘현장’은 이미 충분하다. 가자지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AI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상전에서 AI 시스템인 ‘라벤더’를 사용 중이다. AI 기반 식별 플랫폼인데, 드론 영상과 감청 정보, 감시 데이터를 교차 분석해 무장대원의 행동과 통신 패턴을 학습한다. 이를 바탕으로 라벤더는 무장대원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인물을 잠재적 용의자로 분류한다. 그 결과 약 3만7000명의 가자 주민이 요주의 인물로 지목됐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하마스 고위 간부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이 모든 판단이 이뤄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초였다. AI 저격수도 등장했다. 로봇 팔에 기관총을 장착한 이 시스템은 1600㎞ 떨어진 곳에서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 AI 소프트웨어가 1.6초 만에 표적 위치를 예측해 조준을 보정하는데, 정확히 15발만 발사해 표적을 파괴한다. 전장에서 방대한 보고서와 첩보 문서를 요약하고 핵심 정보를 추출하는 역할은 챗GPT가 맡고 있다.

AI가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무기는 드론이다. 모든 전쟁에는 ‘히트상품’이 있다. 1차 세계대전의 기관총과 독가스, 2차 세계대전의 전차와 전투기, 걸프전의 TV 중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IED(급조폭발물). 2020년대의 히트상품은 드론이다. 러·우 전쟁은 세계 최초의 대규모 드론전쟁으로 기록될 만큼, 드론은 전장의 주역이 됐다. 민간용 드론에 수류탄을 묶으면 저비용 고효율의 공중무기가 된다. 절대 열세였던 우크라이나가 4년 가까이 전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가성비’ 좋은 무기가 있다. AI와 결합한 드론은 더욱 치명적이다. 과거엔 300m 이내에서만 식별 가능하던 표적을 AI는 1㎞ 거리에서도 구분한다. 열화상 위장도 AI의 분석 앞에서는 무력하다.

자율비행 역시 AI가 가져온 혁신이다. 팔란티어는 2024년 GPS 없이 시각 정보와 센서만으로 목표를 찾아가는 드론을 공개했다. 항법 AI를 탑재한 드론의 타격 성공률은 기존 10∼20%에서 70∼80%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이 사상 최초로 유인 전투기를 격추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제 질문은 그다음이다. AI 지휘관과 로봇부대가 상용화된 ‘인간 없는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나노 초 단위로 공방을 주고받는 AI 사령관, 자율드론이 지배하는 공중과 우주, 로봇부대가 기동하는 지상전. 이 전쟁의 가장 큰 변화는 ‘결정적 순간’의 소멸이다. 천재적 작전이나 영웅적 결단은 사라지고, 그간 존재했던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결정적 전투는 없다.

장점은 있다. 인간의 경험과 감정이 배제된 만큼 군인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줄고, 민간인 피해와 전시의 인권유린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위험은 크다. AI의 오류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물리적 속성이 사라지고 데이터로 ‘추상화’된 전투는 전쟁 개시의 문턱을 낮출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가가 아닌 개인이나 소수의 기업의 의사결정만으로도 전쟁의 양상이 바뀔 것이다. 2022년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활성화해준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일례다. 우크라이나는 머스크 덕에 4만7000여 개의 통신 단말기를 확보했고, 이는 전쟁 중 군 통신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오픈AI는 2024년 군사 목적 AI 개발을 허용했고, 방산 스타트업과 협력에 나섰다.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은 이미 러·우 전쟁에서 실전 배치돼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6의 화두는 ‘피지컬 AI’다. 현대차 공장에 투입될 AI 로봇 직원 ‘아틀라스’의 소식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전장을 누빌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 군인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걱정이 또 하나 늘었다. 368쪽, 1만9800원.

신재우 기자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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