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못 참겠어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양지연 옮김│주니어김영사
두 주먹을 불끈 쥔 아이가 발을 구르며 서 있다. 눈썹은 찌푸려져 있고 두 볼은 빵빵하다. 아이의 속마음 같은 제목 ‘못 참겠어’가 그 옆에 쓰여 있다. ‘이게 정말 마음일까?’ ‘벗지 말걸 그랬어’ 등에서 일상의 사소한 생각과 감정을 특유의 재치와 통찰로 풀어내 온 요시타케 신스케의 새 그림책이다.
책의 주인공은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는 인물이다. 말을 하고 싶어서 옹알이를 터뜨리고 장난감을 갖고 싶어서 친구의 것을 빼앗는다. 비를 맞으면서도 그네를 타고 점심시간이 오기 전 도시락을 연다. 책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빨리 이루고 싶다. 이 조급함은 꽉 쥔 주먹, 동동거리는 발, 달려 나갈 듯 앞으로 쏠린 몸짓으로 표현됐다.
주인공에게는 ‘천천히, 차근차근’보다 ‘지금 당장’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하지만 부모가 된 이후에는 다른 속도가 필요해진다. 아이가 걷기를, 밥 먹기를, 스스로 옷 입기를 기다려야 하는 순간마다 아이와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나 자신에게 그렇듯이 우리 아이에게도 매사 재촉하고 싶지만 말이다.
후반부에 주인공은 나이가 들어 병원 대기실에 앉는다. 얼굴에는 주름이 졌지만 차례를 기다리는 건 여전히 힘겹다. 그런데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언덕길에서 그는 문득 걸음을 멈춘다. 하루의 끝에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이제 조금은 느긋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조용히 생각한다.
새해가 되면 으레 목표를 세운다. 그것은 한 해를 달려 나갈 동력이 되지만 동시에 우리를 더 조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럴 때 이 책을 넘겨 봐도 좋겠다. ‘못 참겠어’는 서두르는 삶을 꾸짖는 책이 아니라, 서두르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웃으며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32쪽, 1만4800원. 남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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