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국내 개막… 3만석 매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원작에

‘레미제라블’ 존 케어드 연출

 

日전통극 ‘노’ 무대처럼 제작

거대한 가오나시 여러명 동원

히사이시 조 음악 신비감 더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7일 개막한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 작품 속 등장인물들부터 무대와 소품까지 애니메이션 원작을 그대로 실사화한 듯한 연출이 눈에 띈다.  ⓒJohan Person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7일 개막한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 작품 속 등장인물들부터 무대와 소품까지 애니메이션 원작을 그대로 실사화한 듯한 연출이 눈에 띈다. ⓒJohan Person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많은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작품이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런 영화가 이번에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2022년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온천탕, 다양한 상상 속 요괴들과 판타지 세계를 무대 위에 구현했다. 영국 웨스트엔드, 중국 상하이를 거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7일 국내에서도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1차 티켓 오픈과 동시에 3만여 석이 모두 매진됐다.

연출가 존 케어드
연출가 존 케어드

작품의 연출은 존 케어드가 맡았다. 그는 로런스 올리비에 상, 토니상을 모두 수상한 베테랑이자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 연출로 유명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원작을 가져오는 만큼 케어드 연출의 고민도 깊었다. 그의 선택은 원작을 고스란히 옮기는 것. 연극은 마녀 유바바가 지배하는 세계로 가게 된 치히로의 모험기를 담은 영화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다.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가는 동시에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퍼핏(인형)과 의상, 배우들로 극을 채웠다. 작은 먼지처럼 생긴 숯검정들과 정찰병 유버드, 온천의 개구리 직원, 용의 형태를 하고 있는 하쿠 등은 퍼핏을 활용했다. 숯검정 여럿이 모여 치히로의 신발을 가져다주는 등 원작 속 소소한 장면 하나하나를 충실히 재현했다. 가오나시, 누에신, 오물신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신들은 가면과 의상, 특수장치 등을 모두 동원해 현실로 옮겨놨다. 작중 후반부 요괴와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거대해진 가오나시는 여러 배우들이 달라붙어 기괴한 움직임을 연출했다. 배우들은 키와 외모, 목소리까지 영화 속 치히로와 하쿠, 유바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주연 가와에이 리나
주연 가와에이 리나

캐나다 출신 연출의 손끝에서 나온 작품이지만 일본 전통이 살아 숨쉬는 무대를 창조했다. 작품의 주된 배경인 아부라 온천은 일본 전통극 ‘노(能)’의 무대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회전 무대를 설치해 장면을 빠르게 전환하고, 목재 소재의 무대 세트를 활용해 전통적 느낌을 물씬 준다. 케어드 연출은 “무대 디자이너에게 이 작품은 800만 명의 일본 전통 종교인 신토(神道)의 신들이 목욕탕에 들어가는 이야기라고 알려줬다”며 무대를 디자인한 과정을 설명했다. 퍼핏이 다수 등장하는 점도 ‘노멘’(能面)이라 불리는 가면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음악 역시 타악기 반주의 동양적 선율이 돋보이는데, 처음 온천을 소개하는 장면이나 치히로가 부모님을 걱정하는 장면에서는 노래도 함께 어우러진다. 배경에 깔리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신비로움을 더한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 작품의 장르는 음악극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일본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도 빼놓을 수 없다. 영상은 최소화하고 대부분은 무대 세트와 소품, 적절한 조명, 배우들의 안무에 가까운 몸짓으로 채웠다. 영상 역시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 화풍을 택했다. 앙상블들은 주역들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소품을 옮기고, 배경의 덤불이나 등으로 분장한 채 등장한다. 무대에는 배우를 포함해 40여 명의 인원이 오르는데, 대극장 작품임을 고려해도 꽤나 많은 인원이다.

아름다운 무대를 완성하는 건 등장인물들이 전해주는 가슴 따뜻해지는 메시지다. 주인공 치히로를 맡은 가와에이 리나는 “치히로는 항상 두 발로 당당히 서 있는데 이렇게 자신을 믿는 법을 치히로에게 배웠다”며 “나아가 어린이 관객들이 이 연극을 통해 부모님께 받은 이름이 얼마나 보물과 같은 것인지, 사랑이 넘치는 것인지 배웠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치히로 가미시라이시 모네는 “치히로가 지닌 살아가는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월 22일까지.

김유진 기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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