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의 가을

스티븐 플랫 지음 | 임태홍 옮김 | 글항아리

지금으로부터 174년 전, 중국에서는 ‘태평천국’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스스로를 예수 그리스도의 동생이라고 믿은 인물, 홍수전이 태평천국의 건국을 선언하면서 민중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청나라 왕조에 반기를 든 것. 1850년대 초 태평천국은 여러 지방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소수 만주족 중심의 질서를 뒤엎고, 유교 사원을 파괴하며, 기독교적 평등사상을 설파하려 했다. 1864년까지 이어지며 한때 청나라 왕조를 붕괴 위기까지 몰고 갔던 태평천국 반란은 어떻게 막을 내렸을까. 사망자만 최소 2000만∼3000만 명, 참혹한 결과로 끝맺은 이 전쟁은 중국을 넘어 세계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에서 중국사를 가르쳤던 스티븐 플랫 교수는 책을 통해 바로 이런 태평천국의 난의 의미와 자취를 조명한다.

저자는 태평천국의 행보에 대해 단순한 반란이라기보다 ‘내전’에 가까웠다고 표현한다. 전쟁 말기에 태평천국과 청나라가 각기 보인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양상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태평천국 천왕(홍수전)의 최측근인 홍인간, 그리고 청나라 장군이 된 증국번이라는 두 인물이 있다. 저자는 이들의 경험과 심리에 초점을 맞춰 거대한 흐름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그러나 19세기 가장 파괴적인 전쟁으로 꼽히는 태평천국 내전이 끝을 보게 된 것은 단순히 두 인물의 힘겨루기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서방 세력이 개입한 데 따른 것이라는 점에 저자는 주목한다. 중국에서 일어난 내전은 파란 눈의 선교사부터 혁명가에 이르기까지 서방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는 19세기 중국은 본질적으로 폐쇄된 사회였고, 세계사에서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통념을 뒤엎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전의 결과는 1860년대 초 외부 세력의 외교적 군사적 개입에 의해 크게 좌우됐다. 영국과 프랑스 병력이 개입해 태평천국을 공격하면서 전쟁 판도가 기울기 시작했다. 특히 일부 영국인은 청나라의 붕괴를 막는 게 자국의 무역을 계속 성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영국의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1960년대 남북전쟁이 벌어지자, 영국은 이에 개입하는 대신 중국 상황에 개입해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이 때문에 기독교적 성향의 태평천국을 지지하는 대신 제2차 아편전쟁에서 적대시했던 청나라를 지지하면서 내전은 막을 내렸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역사가 지금의 중국과 세계 질서에 큰 영향을 끼쳤다. 720쪽, 4만2000원.

인지현 기자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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