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IQ 한 자리야” 등 폭언 들어

“이름도 기억 못해…

다른 직원에도 한두번 한 거 아니겠다는 생각 들어”

이혜훈(가운데)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이혜훈(가운데)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이 후보자에게 폭언을 수차례 들었던 인턴 직원 A 씨는 9일 “폭언 녹취가 더 있지만 제보의 진정성 훼손이 우려돼 더 공개할지는 상황을 보며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이날 오전 문화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폭언과 고성이 한두 번이었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저뿐 아니라 다른 보좌진들도 잦은 폭언을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말 2017년 이혜훈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 이 후보자에게 들은 폭언 녹취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녹취에는 이 후보자가 A 씨를 향해 “너 대한민국 말 못 알아들어”, “너 뭐 아이큐(IQ) 한 자리야”,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등 폭언과 함께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의원실에서 6개월간 근무하다가 폭언을 듣고 보름 만에 사직한 A 씨는 “고위공직자를 평가하는 기준 중에는 도덕성과 청렴성 외에 타인을 대하는 태도 역시 포함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이 후보자를 검증하는 평가 요소로 참고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제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녹취 공개 하루 뒤 이 후보자 측으로부터 사과 의사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A 씨는 “연락이 오기 전 이 후보자가 박지원 의원에게 사과를 했다는 기사가 나온 것을 보고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봤다”며 “폭언은 아랫사람에게 했는데 왜 사과를 윗사람에게 하는지 의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 측에도 ‘사과받을 의향이 없다’고 정중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녹취 보도가 나가고 제보자를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 후보자가 ‘걔가 누구였지’ 이런 식으로 반응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름도 기억을 못 하면서 폭언을 쏟아냈던 건가 싶었다”며 “다른 직원에게도 (폭언·고성을) 한두 번 한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처음에는 소장파로 분류되는 이혜훈 의원이 좋아서 들어간 의원실이었다”며 “좋아했던 정치인의 본래 민낯을 보면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강선우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됐다가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낙마한 일이 생겼음에도 이 후보자가 장관 제안을 수락한 것에 주목했다. A 씨는 “폭언이나 갑질 논란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거나, 아예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자녀 부모 찬스와 함께 세 아들 증여세, 아파트 부정 청약 등으로 확산되자 여당 내에서도 자진 사퇴 요구가 나오는 중이다.

A 씨는 “단순히 이 후보자를 비난하고 끝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예전보다 개선됐다고 하지만 고용주가 권력자이다 보니 아직 갑질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보좌진 보호나 처우가 시스템적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지형 기자
정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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