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창립 69주년 축사

미 국제기구 탈퇴에 비판

글·사진=이미숙 전임기자·논설위원

“관훈클럽의 69년 여정은 한국 언론이 세상을 향해 던져온 질문의 공간이었고 국가적 성찰의 무대였습니다.”

반기문(사진) 전 유엔 사무총장은 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관훈클럽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군사·경제·기술·가치 영역으로 확산되며 국제 질서 전반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관훈클럽이 1957년 창립 후 견지해온 정론직필 정신을 이렇게 평했다. 제8대 유엔사무총장으로 2007년부터 10년간 유엔을 이끈 반 전 총장은 이날 축사에서 “유엔에서 일하면서 한 나라의 언론 수준이 곧 그 나라 민주주의의 깊이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수없이 확인했다”면서 “관훈클럽은 한국 언론의 수준을 높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대선 후보 등 뉴스 인물을 초청해 진행하는 관훈토론에 대해 “권력이 불편해하는 사안에 대해 편견 없는 질문을 던지며 국제 이슈를 국내 공론장으로 끌어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맥락에서 언론의 자유는 더 크게 확대되고 더 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그의 이 같은 제언은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 규제 명분으로 개정한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정면 비판인 동시에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악법을 즉각 시정하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반 전 총장은 최근 인공지능(AI) 발전 등으로 디지털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과 관련, “정보는 넘쳐 나지만 상당수 정보는 신뢰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관훈클럽이 언론의 기준과 품격, 책임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이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언론의 책무”라고도 했다. 언론계 중추인 관훈클럽 회원들이 더 예리하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기사와 보도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교통상부 장관 및 유엔 사무총장 재직 때를 포함해 총 4번에 걸쳐 관훈토론에 응할 정도로 언론인들과의 토론에 적극적이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기구·협약·조약 등 66개 기구를 탈퇴한 결정에 대해 “미국이 글로벌 이슈에 더 이상 기여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라면서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고 세계의 존경을 받던 미국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용(abuse)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정당한 사용(use)을 포기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로마 격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 비판했다.

이미숙 논설위원
이미숙

이미숙 논설위원

논설위원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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