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는 세상의 서쪽 끝에서 하늘을 영원히 떠받치는 형벌을 받은 신화 속 거인으로, 압도적인 힘과 인내, 끝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담과 책임을 상징한다.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이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인간을 대신해 위험하고 고된 작업을 수행하는 ‘동료 작업자’로 화면 속 알고리즘에 머물던 인공지능(AI)이 공장과 물류센터를 넘어 일상 속으로 진출할 시대, 이른바 ‘피지컬 AI 시대’ 개막 선언이다.
전개될 미래가 경이롭지만 오래전 이를 그려낸 공상과학소설(SF)의 상상력이 새삼 놀랍다. CES에 등장한 로봇의 얼굴과 팔다리 비율, 절제된 표정, 유선형 외장은 SF 영화 속 로봇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SF적 상상력’이 요즘 특히 주목받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는 공허한 공상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을 토대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사유하는 능력이다. 과학 저술가 크리스토퍼 리치 에번스는 SF를 ‘what if 문학’이라 정의했다. 과학적 개연성 위에서 ‘만약 그렇다면?’이라는 가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고실험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SF적 상상력은 이미 기업과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 속에 들어와 있다. 미국 SF 작가들이 모여 만든 싱크탱크 시그마는 미 정부와 안보 기관에 미래 기술과 위협 시나리오를 자문해왔다. 포드·인텔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제품과 서비스가 놓일 미래 환경을 예측하기 위해 SF 작가에게 서사형 보고서를 의뢰해왔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SF 작가 배명훈이 2022년 외교부 의뢰로 ‘인류 정착 시기 화성 거버넌스 시스템’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우주가 지정학적 외교 무대로 떠오르는 시대를 대비해 행성 단위의 규범과 협력 구조를 미리 그려본 시도였다.
AI가 압도하는 시대, SF적 상상력은 더 이상 작가만의 재능이 아니다. 모두에게, 특히 정책 입안자에게 절실한 능력이다. 법과 제도는 기술보다 한 걸음 늦지만, 급격한 문명 대전환의 시기에 그 격차를 줄여야 한다. 우리 정부가 내세운 AI 3대 강국, 피지컬 AI 1위라는 목표는 구호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아틀라스 같은 로봇과 공존할 세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 번영할 수 있을지, SF적 상상력을 발휘해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