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경제부 차장

이달 2일 옛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 및 기획예산처로 공식 분리 출범했다. 현 경제 시국이 두 개의 다른 경제 부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란 것이 분리 출범의 명분이지만, 과거 정권이 이들 부처를 한데 묶어 버렸던 배경을 상기하며 정책 주도권 싸움이나 각 세우기 구도로 치닫는 일이 없어야 함도 자명한 일이다.

기획처와 재경부는 통합·분리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명칭은 때때로 변경돼 왔지만 그 근간은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에서 출발하며 두 차례에 걸쳐 ‘재정경제원’(1994∼1998년), ‘기획재정부’(2008∼2025년)라는 명패를 걸고 한집 살림을 했다. 올해 또다시 두 개의 부처로 분리 출범한 초기이지만 이미 양 부처 내에서는 ‘누구는 원래 예산처 출신, 누구는 원래 재경부 출신’ 등으로 인적 구분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는 업무상 우열의 구분이 아니라 기재부에서 기획처, 재경부로 제각각 인사발령이 갈라지면서 나타나는 ‘족보’ 따지기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분 인식이 정책 주도권 싸움, 혹은 정치적 줄타기 행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 부처 스스로가 경계심을 지녀야 할 것이다. 과거부터 재경부는 거시경제정책, 세제, 외환, 국고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을 지향했고, 기획처는 중장기 국가전략과 예산 편성·조정, 국가채무 관리 등 재정 운용의 설계자 역할을 맡았다. 이로 인해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기나 복지지출·세제개편 등의 주요 정책 변혁의 시기에는 ‘돈줄을 쥔 기획처’와 ‘경제정책을 주도하려는 재경부’가 정책 우선순위와 지출 규모를 놓고 각을 세우는 구조가 형성됐다.

양측이 대립할 경우, 시기별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어느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지에 따라 주도권이 이동했다. 선심성 예산·확장 재정이 필요한 정책에서는 기획처가 청와대 의중을 더 가깝게 반영했고 재경부는 재정 건전성을 앞세워 제동을 거는 패턴이 되풀이되기도 했다. 결국, 가장 최근의 통합 사례인 이명박 정부 당시 재경부와 기획처는 기재부로 통합돼 예산과 경제정책을 한 지붕 아래 둔 경제 컨트롤타워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분리 출범한 두 부처에서는 ‘경제를 주도하는 최고의 조직’이란 타이틀을 두고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엘리트 경제 관료들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재경부는 부총리급 부처로서 경제 컨트롤타워의 위상이 견고하다는 분위기다. 반면, 기획처는 조직 고유의 기능인 예산 업무에 더해 미래전략기획실을 신설하고 국가 경제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전략기획 컨트롤타워’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과거에 쓰던 ‘예산처’라는 통칭 대신 ‘기획처’임을 강조하는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이에 중장기 경제 전략 수립·추진에 있어 서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재연될 것이란 지적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이혜훈 기획처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날짜도 받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양측이 서로의 전략 수립 업무에 대해 공조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부채질한다. 두 차례의 통합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은 경쟁보다는 공조가 지름길이다.

박준희 경제부 차장
박준희 경제부 차장
박준희 기자
박준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