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0월 폐지될 검찰청을 대신할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의 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지만, 미흡할 경우 기소를 맡은 공소청(법무부 장관 소속)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을 하루아침에 폐지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인데, 그나마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 아닌 보완수사권으로 정리된다면, 최소한의 보완책은 될 것이다. 그러나 ‘검수완박’을 주도한 여당 강경파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최근 불거진 여당의 공천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무능과 정치인 감싸기 행태를 보면, 보완수사권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강선우 무소속 의원, 김경 서울 시의원 등의 공천 비리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지 10일이 넘었지만 경찰이 압수수색도 진행하지 않으면서 ‘골든 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 피의자들의 휴대폰 교체, 텔레그렘 등 SNS 탈퇴, 해외 출국 등 증거인멸 정황이 속출하지만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김병기-강선우 녹취록 보도 직후 강 의원에게 1억 원을 준 것으로 지목된 김경 서울 시의원은 자녀를 만나러 간다며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출국했고, 지난 6일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행사장에 나타났다. 서울관광재단에서 발급한 CES 출입증을 목에 건 김 시의원은 ‘엄지 척’을 한 채 업체 관계자와 사진을 찍는 여유를 보였다. 자신의 텔레그렘 계정에서 탈퇴한 뒤 재가입하는 방법으로 자료를 지우고 있다고 한다. 경찰의 수사를 비웃는 듯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입국을 종용하고 있을 뿐이다.
경찰은 8일 김병기 의원 부인에게 1000만 원을 준 전직 동작구 구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해 11월 김 의원 보좌진이 탄원서를 동작경찰서에 접수했는데, 경찰은 사건 배당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논란이 커지자 소환 조사에 나섰다. 김 의원 아내의 구의회 법인카드와 차남 숭실대 편입 의혹 등도 뭉개기로 일관했다. 김 의원의 편입 청탁 시도 정황과 일자를 확인할 내용이 학교 측에 메모 형태로 남아 있는데도 경찰은 확보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검찰 폐지법을 통과시킨 장본인인데, 자신이 그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국가 수사 역량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보완수사권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