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그룹 ‘팬덤 머니’를 노린 사기가 국내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정부와 소속사는 뚜렷한 방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팬들을 극한 경쟁으로 내모는 K-팝 산업의 기형적인 수익구조가 근원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등의 티켓을 부정 판매하면 최대 50배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여하는 ‘암표 방지법’(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해당 법안을 처리한 바 있다. 주요 소속사들도 공연장 입장 시 본인 인증을 강화해 암표 거래를 최대한 막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암표 거래를 근절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국회에서 암표 방지법을 처리하자 벌써 이를 피해 가는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티켓예매 업자에게 웃돈을 준 뒤, 정해진 시간에 업자가 사전 예매해 놓은 티켓을 취소하면 이를 재예매하는 ‘아이디 옮기기’ 수법이 대표적이다.
지난 10년간 다수의 아이돌그룹 팬으로 활동한 오모(27) 씨는 “공연 관계자들이 정당하게 표를 구매한 관객의 신원 확인을 위해 소지품 검사까지 실시하고 있다”며 “암표상을 잡을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지 못하고 고압적 태도로 팬들의 반발심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구입한 앨범 개수에 따라 팬사인회 응모권을 부여, 한정판·랜덤 굿즈 발매 등 팬들의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는 업계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 평균 100만 원을 지출하며 왕성한 팬 활동을 해왔던 김모(23) 씨는 “현재 K-팝 산업은 소비자인 팬들을 보호하기보다는 팬들의 경쟁을 부추겨 수익을 보는 구조”라며 “이를 바꾸지 않을 경우 불법과 편법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