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장면. AP 연합뉴스
9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장면. AP 연합뉴스

인터넷·국제전화 차단 속 시위 확산

경제난 항의 시위 전국으로 번져

열흘 넘게 이어진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 속 인명 피해 급증

이란 전역에서 경제난을 계기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국제 전화선을 차단하고 강경 진압 방침을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간인 살상이 발생할 경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재차 경고하며, 이란 사태가 국제적 긴장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AFP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리얄화 가치 폭락과 물가 급등에 항의해 상인들이 거리로 나선 데 이어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합류했고, 북부 타브리즈와 동부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 등 주요 도시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FP는 이번 시위가 2022~2023년 ‘히잡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온라인에 게시된 영상들에 따르면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도 테헤란과 여러 지역에서 시위가 계속됐다. 이란 정부는 인터넷과 국제 전화선을 차단했지만, 활동가들은 잔해가 널린 거리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 장면을 공유했다.

당국의 강경 대응 속에 인명 피해도 늘고 있다. 인권 단체 이란인권(IHR)은 어린이 9명을 포함해 5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으며,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활동가통신(HRANA)은 시위 관련 폭력으로 최소 65명이 사망하고 2천3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집계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9일 국영 텔레비전에 방송된 연설에서 시위대를 “외국 대통령을 기쁘게 하려는 파괴자들”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지자들이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란인의 피로 손이 더럽혀진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석유회사 대표들과 회의를 가진 뒤 “이란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그들이 과거처럼 민간인을 살해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개입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그는 “지상군 투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가장 아픈 곳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해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시위대에 대한 치명적 폭력을 규탄하고 이란 당국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란 정부의 통제 강화와 미국의 개입 경고가 맞물리면서, 이번 시위가 이란 정권의 향방은 물론 중동 정세 전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심만수 기자
심만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