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스위스·이탈리아… 유명 전시 잇따라

 

2월 런던 트레이시 에민 회고전

작가의 예술 세계 정점 보여줘

11월 얀 반 에이크 초상화 전시

 

스위스 피에르 위그 대표작 선봬

AI·알고리즘 최첨단 기술 활용

아이슬란드 비요크 사진전 열려

 

5~11월 베니스비엔날레 개막

카메룬 큐레이터 쿠오 추모진행

‘작가들의 작가’ 피에르 위그가 오는 5월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재단에서 대규모 전시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리움미술관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작가들의 작가’ 피에르 위그가 오는 5월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재단에서 대규모 전시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리움미술관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살필 수 있는 베니스비엔날레(이탈리아)부터 ‘유화의 아버지’ 얀 반 에이크의 초상화 기획전(영국), 그리고 세계 대중음악의 독보적 존재인 비요크의 프로젝트(아이슬란드)까지. 혹시 올해 유럽에 간다면 미술관을 반드시 목록에 넣자. 자신의 몸을 캔버스에 옮겨 온 트레이시 에민이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 기술과 예술의 접목으로 새로운 사유의 장을 만들어 낸 피에르 위그가 스위스 바젤의 바이엘러 재단에서 실험적 관람을 제공한다. 이쯤 되면 더는 허세도 농담도 아니다. ‘전시 보러 유럽 간다’는 그 말 말이다.

트레이시 에민의 대표작 ‘나의 침대(My Bed·1998)’  ⓒTracey Emin
트레이시 에민의 대표작 ‘나의 침대(My Bed·1998)’ ⓒTracey Emin

◇트레이시 에민·얀 반 에이크… 올해 런던에 가야 할 이유=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은 강렬하게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바로 오는 2월 영국 대표 현대미술가 트레이시 에민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는 것. 에민은 1990년대 ‘나와 함께 잤던 모든 사람들 1963∼1995’ ‘나의 침대’ 등으로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주로 여성의 몸을 열정, 고통, 치유를 탐구하는 강력한 도구로 삼아 경계에 도전해 왔는데, 이번 전시는 미공개 작품들과 함께 그의 작업에 원동력이 돼 준 사랑과 트라우마의 이야기를 더 넓고 깊게 확장한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이 전시를 소개하며 “출품된 작품들은 이제 그녀가 삶을 예술로 전환한 방식에서 정점에 올라섰음을 보여 줄 것이다”라고 평했다.

11월에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15세기 위대한 화가 얀 반 에이크의 초상화들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이름이 낯설다면 이 그림을 한번 떠올려 보자. 거대한 검은 모자를 쓴 남자와 녹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손을 잡고 서 있다. 웨딩 사진의 시초 격일까. 결혼을 기념한 듯 보이는 이 그림은 이 갤러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인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1434)다. ‘유화의 아버지’로 불리며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반 에이크는 두 사람의 뒷벽 거울에 비치는 사람까지 신비롭게 표현하는 등 섬세한 감각과 빈틈없는 기술로도 유명하다. ‘반 에이크: 초상화들’ 전시는 이 작품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 퍼져 있는 그의 초상화 8점을 공수해 와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남아 있는 그의 작품 중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갤러리 측은 “다시는 없을, 인생 단 한 번의 전시”라고 소개했다.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1434).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1434).

◇피에르 위그·비요크… 어디로 갈까= 지난해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작가들의 작가’ 프랑스 현대미술가 피에르 위그가 이번엔 스위스 바젤로 간다.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한 바이엘러 재단에서 오는 5월 최신작을 중심으로 전시를 개최한다. 현실과 허구·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어 온 그의 작업 세계가 또 한 번 실험적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생각지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라는 뜻을 지닌 대표작 ‘리미널(Liminal)’ 등이 인공지능(AI), 알고리즘 편집 등 최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펼쳐진다.

실시간으로 모든 것이 복제되고 전송되는 시대에 사진전을 보기 위해 아이슬란드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나 그렇다.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뮤지션이자, 그 한계가 궁금해지는 ‘만능 예술가’ 비요크의 회고전이 올해 봄 레이캬비크 예술제에 맞춰 아이슬란드 국립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오는 5월부터 9월까지 비요크의 고향에서 열리는 전시는 10여 년 전 미국 뉴욕 모마(MoMA) 전시보다 확장됐다. 당시 전시는 그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의상, 앨범과 관련된 소품 등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그의 경계 없는 예술 세계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려졌다. 영화와 오디오 설치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새 음악 등 이른바 ‘다학제’적인 구성으로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관람할 가치가 있다. 독특한 감성과 탁월함, 그리고 지적인 면모에 반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별세한 코요 쿠오 예술감독.
지난해 별세한 코요 쿠오 예술감독.

◇5월엔 이탈리아로…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오는 5월 개막해 11월까지 이어지는 베니스비엔날레. 동시대 예술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이 국제 행사는 자연스럽게 고 코요 쿠오(Koyo Kouoh) 큐레이터를 기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카메룬 태생의 쿠오는 베니스비엔날레 역사상 첫 아프리카계 여성 본전시 감독으로 주목받았으나, 지난해 갑자기 세상을 떠나 세계 미술계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런데 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쿠오가 생전 구상한 기획안을 그대로 이어 가겠다고 발표하면서 관람자들은 그가 지향했던 예술 세계를 그의 사후에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쿠오가 내세운 주제는 ‘In Minor Keys(조금 다른 키로)’. 이는 음악의 ‘단조(minor key)’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고요하고 섬세한 정서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는 뜻이다. 소외와 단절 속에서도 예술이 만들어 내는 집단적 공명을 담아내려 한 쿠오의 철학이 느껴진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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