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새해 초부터 무력 행사 트럼프
“힘에 의한 세계 지배” 과시로
미국이 글로벌 위협 원천된 듯
그린란드 美장악 땐 동맹 위기
中도 대만 침공 시도할 가능성
위기 대응 위한 한일 공조 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년 차인 2026년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새해 벽두에 이뤄진 미 특수부대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은 올해가 격변의 해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트럼프는 마두로 체포 작전 성공 후 “우리는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면서 관점을 북극해로 확장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그린란드에 중국·러시아 함선이 가득해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제위기관리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은 5일 발표한 ‘2026 톱 리스크’에서 “올해는 미국이 글로벌 위협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 예측대로 미국이 세계 전역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레짐 체인지는 중국·러시아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추길 것이다. 마두로 체포 작전 후 중국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두 달 전 대만 관련 발언을 돌연 문제 삼아 초강력 경제제재를 강행했다. 미국이 서반구 장악 작전을 개시하자마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대만 장악을 위한 예비전에 돌입하는 기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전쟁 와중에 폴란드 등 인접국에 드론 침투 등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시진핑·푸틴이 지역 장악 패권 경쟁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그린란드 문제는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보다 훨씬 심각하다. 마두로 제거가 중·러 도발을 촉발시킨다면 그린란드 점령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이 덴마크령을 점령하려 한다면 나토가 대응해야 한다. 나토 조약 제5조에 따르면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들이 회원국 미국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나토는 붕괴되고 대서양 동맹은 해체된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은 생활물가 상승 등으로 지지도가 40% 이하로 추락한 상황에서 해외 개입에 반대하는 마가(MAGA)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일 수도 있다. 마가 세력은 대서양 동맹과 유럽연합(EU)에 부정적이어서 그린란드가 미국 영토가 돼 미·유럽 동맹이 깨진다면 강성 지지층은 환호할 것이다. 트럼프는 1기 때도 나토에 부정적이었지만, 주류 참모들이 ‘동맹은 미국의 글로벌 패권 기반’이라고 설득하자 접은 바 있다.
백악관의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은 5일 CNN 인터뷰에서 “국제 규범 얘기를 하지만 현실 세계는 힘과 무력, 권력이 지배한다”며 “이것은 불변의 법칙”이라고 했다. 또,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동맹에 얽매이지 않고 힘으로 이익을 취하겠다는 발언이다. 밀러는 일개 비서관이 아니라, 백악관의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이다. 1기 때 연설비서관으로 일한 데 이어 2020년 대선 후엔 낙선한 트럼프를 마러라고에서 보좌한 복심이다. 1기 때 참모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의 총리”로 묘사할 정도다. 그런 인물이 베네수엘라 작전 후 “미국의 힘에 의한 세계 지배”를 꺼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트럼프는 8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한술 더 떠 “나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도덕성, 내 생각뿐”이라며 “국제법은 필요 없다”고 했다. 힘으로 그린란드를 점령하겠다는 암시인데, 그러면 제2차 대전 후 유럽 평화를 지킨 나토는 와해 위기에 내몰린다. 이후 타깃은 아시아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대중(對中) 이권 확보를 위해 한미·미일 동맹의 대의를 방기하면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은 흔들리게 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을 장악한 뒤 남중국해·동중국해, 한반도까지 넘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흐름을 읽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북한과의 대화에 목을 맨 채 자주파·동맹파 갈등을 벌일 때가 아니다. 이 대통령이 13∼14 일본 나라(奈良)를 방문해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을 갖는 것은 좋은 기회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이웃국으로, 북·중·러의 핵 위협도 받고 있다. 미국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경제·안보·통상 등 전방위적으로 공조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아시아에서 미국 파워 후퇴로 동맹의 보호막이 사라질 때를 대비한 공동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자주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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