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박강수 마포구청장
수도권 매립지의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올해부터 전면 금지됐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소각시설을 두고 곳곳에서 ‘쓰레기 대란’ 우려가 제기된다. 해결책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언제나 같다. 소각장을 더 짓자는 주장이다. 과연 이 단순한 해법이 정답일까.
오랜 세월 하루 수백t의 폐기물을 처리해 온 마포 자원회수시설 주변에는 누적된 피로감이 존재한다. 주민들이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소각장을 어디에 더 세울 것이냐를 두고 지역 간 갈등을 반복하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 되묻게 된다.
문제의 본질은 시설의 수보다 배출 구조에 있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분명했다. 많이 만들고, 많이 버리고, 많이 태운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소각장을 어디에 더 짓든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태우는 사회가 아니라 덜 버리는 사회로의 전환이다. 그 출발점은 시민의 생활습관 변화에 있다. 종량제 봉투 가격의 현실화는 단순히 비용을 높이려는 조치가 아니다. 배출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감량과 재활용을 생활화하자는 사회적 신호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며, 커피박과 봉제잔사, 사업장 폐기물처럼 성격이 다른 쓰레기를 따로 관리하는 일은 거창한 환경운동이 아니다. 일상의 선택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감량 방식이다.
물론 기술적 해법도 병행돼야 한다. 최신 설비를 적용해 고도화하고, 유해 물질 배출을 줄이며,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시설을 더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도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접근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소각장을 더 지어 불편을 나눌 것인가, 아니면 배출 자체를 줄여 구조를 바꿀 것인가. 쓰레기 대란은 돌발 변수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전환을 선택할지에 따라 달라지는 예고된 결과다.
행정은 감량 정책과 재활용 체계를 촘촘히 설계하고, 처리 기술의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시민은 배출 습관을 바꾸는 주체가 돼야 한다. 종량제 봉투의 무게를 느끼는 순간, 그 안에 담긴 것은 비용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미래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쓰레기 정책은 용량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적게 배출하고, 제대로 나눠 버리는 사회로의 전환이야말로 대란을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그 전환은 오늘 우리가 버리는 한 봉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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