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지난해 9월 2일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수 연루 의심 선박을 처음 공격할 당시 민간항공기로 위장한 군용기를 사용했으며, 이는 무력충돌에 관한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군은 외형상 민간항공기로 보이도록 도색된 비밀 군용기를 투입했으며, 탄약 역시 날개 아래가 아닌 동체 내부에 탑재해 군용기임을 식별하기 어렵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범죄조직과 무력충돌(armed conflict) 상태에 있으므로, 미군을 동원해 마약 밀수 연루 의심 선박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NYT는 설령 이러한 ‘무력충돌’ 주장이 성립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군용기를 민간항공기로 위장한 채 공격을 가해 선원 11명을 사망하게 한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며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배신행위(perfidy)’라고 지적했다.
1949년 제네바협약에 대한 1977년 추가의정서는 “적을 배신행위에 의해 살해하거나 상해를 입히거나 포획하는 행위는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예로 “민간인 또는 비전투원의 지위로 위장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미 공군 부법무감을 지낸 스티븐 레퍼 퇴역 소장은 NYT에 “항공기가 군사적 성격을 위장한 상태에서 선박 승선자들이 이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근접했다면, 회피나 항복의 기회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기만한 행위는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체를 감추는 것은 배신행위의 핵심 구성요건”이라며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가 전투 항공기로 인식될 수 없다면 전투 행위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NYT는 공격 영상을 확인했거나 관련 브리핑을 받은 정부 관계자들을 익명으로 인용해, 해당 항공기가 선박 위로 고도를 크게 낮춰 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박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위장된 항공기를 목격한 뒤 첫 폭격 이전에 항로를 베네수엘라 방향으로 돌린 점, 첫 공격 이후 생존자 2명이 전복된 선체에 매달린 채 항공기를 향해 손을 흔든 것으로 보이는 장면, 이후 추가 공격으로 이들이 사망한 정황 등을 들어 ‘배신행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미군이 현재는 방침을 변경해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밀수 연루 의심 선박을 공격할 때 ‘MQ-9 리퍼’ 드론 등 군용기로 식별 가능한 항공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해당 항공기들이 전투용임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저고도로 비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군의 전투 지침을 담은 각종 교범에도 국제전쟁법상 금지된 ‘배신행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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