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정치부 차장
청와대는 과연 인사 검증을 하기는 한 건가. 혹여 일부러 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요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보면 이런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인사 검증은 주변 인물을 통한 세평 수집, 공적 기록을 확인하는 서면 검증, 현장 탐문으로 이뤄진다. 추천과 동시에 이뤄지는 세평 수집은 인사 검증의 기본이다. 청와대 세평 심사는 이 후보자가 과거 보좌진에게 “널 죽였으면 좋겠다”는 폭언을 퍼부은 일조차 잡아내지 못했다. 이 후보자의 폭언은 여의도에서 워낙 유명한 일이었다. 한 야권 정치인은 “보좌관들이 호소한 일을 직접 목격한 적도 있다”면서 “여의도에서 3명만 잡고 물어봐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의 재산은 6년 만에 113억 원 늘었다. 서울 반포동 아파트 청약에 기혼인 장남을 부양가족으로 포함해 가점을 받아냈다. 미국 유학 시절엔 서울 응봉동 상가 5채를 매입해 10억 원대 시세 차익을 냈다. 이 후보자 두 아들은 집 근처에서 공익근무로 병역을 해결했다. 이 후보자가 의원 시절 신고한 재산 내역과 주민등록 등·초본을 토대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기자들도 해내는 이 정도 수준의 검증을 청와대는 정말 실패한 것인가.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청문회를 지켜본다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매일 자녀 증여세 탈루, 논문 및 취업 특혜 등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는데 청와대 입장은 줄곧 달라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인사 논란에 항상 평온했던 건 아니다.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자녀 불법 유학 논란 때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보좌진 갑질’ 의혹 때 청와대를 감돌았던 초조함이 이번만큼은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여당 지지율은 올랐고 야당 지지율은 제자리거나 떨어졌다. 이 후보자는 이 모든 흠결에도 공천 5번을 안겨준 ‘국민의힘’ 사람이라는 것이 국민의 1차 판단이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김대중·김영삼 두 분 장점을 합성하면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서생적 문제의식’이라거나 ‘상인적 현실감각’ 같은 낯뜨거운 극찬도 쏟아냈는데, 그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적 감각’ 대목만큼은 귀에 들어왔다. 정치판을 읽어내는 눈과 대중의 요구를 포착하는 능력, 위기를 돌파해내는 승부수. 이재명 대통령의 오늘을 만든 귀신 같은 정치 감각이다. 이 대통령의 이혜훈 장관 지명이 ‘신의 한 수’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이나 ‘중도 확장’이란 말을 붙여내기 좋은 한 수다. 코드 인사 및 측근 기용 논란도 잠재울 수 있는 묘계(妙計)다. 그러나 정치에도 상도의가 있다. A사가 B사와 잘 지내고 싶다면 그 기술자를 꼬드겨 빼내 오진 않는다.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하루 살아내기도 퍽퍽한 서민들은 장관 후보자의 갑질과 부동산 편법 취득에 피로와 박탈감을 느낀다. 이런 무원칙한 선거용 정략은 ‘모두의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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