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미래, 휴머노이드에 있다 - <2> 토종 로봇산업 현주소와 과제
국내 로봇기업 10곳 CES 참가
정밀제어·물류·유통 분야 강세
“자체 기술력·제작 체계 충분
최정예 군단 키우듯 지원하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어”
라스베이거스=글·사진 김호준 기자
“우리나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산업은 중국보다 1∼2년 뒤처져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 부품과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연합체로 묶어 대응한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6’에서 만난 표윤석 로보티즈 부사장은 “지금부터라도 국내 기업들이 함께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을 두드리면 크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이날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곳은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마련한 부스였다. 이들이 선보인 휴머노이드는 권투와 탁구 등 각종 스포츠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관람객들과 대결을 펼쳐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중국 부스 사이에 마련된 국내 휴머노이드 기업 합동 부스인 ‘휴머노이드 맥스 얼라이언스’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10개 기업이 참여한 부스에서는 휴머노이드 플랫폼 개발사부터 인공지능(AI)·로봇 부품 기업들이 최신 모델과 실제 산업 현장 적용 사례를 선보여 K-휴머노이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국내 휴머노이드 기업들은 기술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로봇 핵심 부품인 모터·센서·감속기 분야와 실제 산업 현장 적용 부분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토종 로봇 기업 로보티즈는 올해 CES에서 물류·유통 현장에 특화한 ‘AI 워커’를 선보였다.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와 정밀 제어에 필수적인 감속기 등 부품 국산화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 완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다. 로보티즈는 이달 중 사람의 손과 구조가 흡사한 로봇 손도 공개한다. 로보티즈는 CES에서 데뷔전을 거쳐 이달 중 제품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표 부사장은 “아직 제조나 물류 현장에서 실제 로봇이 수백 대 이상 투입돼 실증을 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업계에서는 로봇의 현장 투입이 최소한 2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때까지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개발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자신했다.
초정밀 로봇 구동 모듈 전문기업 에스비비테크의 류재완 대표는 “중국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막대한 로봇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부품이나 완제품의 가격 경쟁력 부문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장에서 보이는 중국 휴머노이드는 퍼포먼스는 뛰어나지만 실속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에스비비테크는 이번 행사에서 로봇 성능과 원가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구동계 부품 기업으로 참여했다. 전시 제품은 실제 로봇에 정밀 부품으로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돼 휴머노이드 및 산업용 로봇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류 대표는 “휴머노이드는 무엇보다 현장에서 사람 대신 작업을 하고 결과물이 뛰어나야 가치가 높아진다”며 “한국은 제조 로봇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 AI 제조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고 있어 3년 이상 꾸준히 최정예 선수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밀도 있게 지원한다면 중국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휴머노이드용 고성능 모터와 구동기를 개발하고 있는 패러데이다이나믹스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에 전시한 ‘FD-시리즈’ 서보 모터는 로봇의 관절에 요구되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협동·웨어러블 로봇 등에도 두루 쓰인다. 박정환 패러데이다이나믹스 연구소장은 “자체 기술력과 고객사 맞춤형 제작 체계까지 구축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 확보되면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산업 패권 경쟁이 올해 본격화할 전망인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는 국내 로봇 기술력을 한곳에 모아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미·중이 장악한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 개별 기업이 도전장을 던지는 대신, 핵심 부품과 제조업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모아 공동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로봇 국제 표준 인증이나 안전 검증 등 사업 확장을 가로막는 규제의 벽도 크게 낮춰야 한다고 기업들은 지적했다.
김호준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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