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공직 선거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 제도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장치다. 공천 비리는 국민 대표성을 왜곡한다. 이런 점에서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민주당 조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윤리심판원은 12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김 의원에 대해 제명을 의결했다. 의원총회 표결로 처분이 확정되나, 김 의원이 재심을 신청했다. 정청래 대표의 비상 징계권 발동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지도부와 관련된 의혹이 여전한데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준다.

김 의원은 2020년 서울 동작 구의원들로부터 3000만 원의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차남의 숭실대 편입 의혹 등 실정법 위반 여부를 따져야 마땅한 처지다. 그러나 김 의원이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발한다. 왜 나만 문제 삼느냐는 불만으로도 비친다. 이수진 전 의원은 2023년 12월 전(前) 구의원들의 공천 헌금 제공 자백이 담긴 탄원서를 당시 이재명 대표의 비서실에 전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현지 보좌관(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탄원서를 윤리감찰단에 보냈고, 김 의원 손에 들어가 유야무야 된 정황이 있는데, “접수된 기록도 처리된 기록도 없다”(박수현 수석대변인)고 한다. 당시 수석 최고위원이었던 정 대표도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휴먼 에러’(정 대표)가 아니라 ‘시스템 에러’라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민주당은 “애당의 길”이라며 자진 탈당을 요구했고, 통하지 않자 제명 처분을 서둘렀다. 제도 개선은 공천 과정을 ‘암행어사’로 감시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를 약속한 바 있다.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특검 필요성도 커졌다. 서울 동작경찰서가 공천 헌금 탄원서를 지난해 11월 확보하고도 상급 기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고, 김 의원의 수사 무마 청탁 의혹도 구체적으로 나온다. 김 의원에게 “살려달라”고 했던 강선우 의원과 김경 서울 시의원 간 1억 원 공천 헌금 수사도 부실투성이이다. 경찰 수사 자체도 수사 대상이다. 권력으로 덮는다고 영원히 묻히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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