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흔히 갈비탕은 맑고 담백한 국물의 대명사로, 설렁탕은 뽀얗고 진한 ‘뼈 국물’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이해일 뿐이다. 갈비탕은 맑은 겉모습과 달리 지방과 단백질이 매우 풍부한 고열량 음식이다. 설렁탕 역시 뼈만 고아 낸 것이 아니라 살코기와 내장이 어우러져 맛의 깊이를 완성하는 복합적인 요리다.
우리는 갈비탕이 설렁탕보다 더 고급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큼직한 갈비가 통째로 올라간 모습은 잘게 썬 고기가 뜬 설렁탕보다 훨씬 풍성하고 값져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설렁탕은 갈비탕보다 훨씬 엄숙하고 공적인 기원을 가진다. 설렁탕은 조선 시대 국가 제례인 선농제(先農祭)에서 유래했다. 임금이 직접 풍년을 기원하며 밭을 갈고 제사를 지낸 뒤 그 자리에 모인 백성들과 함께 소를 잡아 국을 끓여 나눠 먹었던 데서 시작됐다. 즉 설렁탕은 왕실과 민간을 잇는 ‘공공의 음식’이자 국가적 의례의 산물이었다.
이에 비해 갈비탕은 상대적으로 사적인 영역에 머물렀던 음식이다. 갈비는 소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다. 그렇다 보니 일상적으로 국을 끓이기보다는 잔칫날이나 가정 내 특별한 자리에서 구이나 찜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설렁탕처럼 제도화된 국가 의례의 상징성을 띠기보다는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별미에 가까웠던 셈이다.
오늘날 갈비탕이 더 고급 음식처럼 인식되는 이유는 역사적 위상 때문이 아니라 재료 수급과 외식 문화의 변화 때문이다. 뼈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설렁탕은 산업화 과정에서 대중적인 음식이 됐다. 반면 갈비탕은 재료가 비싸고 손질이 어려워 자연스럽게 가격대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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