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쓰는 목사’ 소강석 인터뷰
시집 여럿 내고 문학상도… 에세이 ‘영혼을 담은 시 쓰기’출간
지난해 많이 지치고 아팠을 때 ‘유고작 되려나’ 생각하며 집필
神·인간·자연 향한 사랑있어야 창의적 운율의 언어 쓸 수 있어
요즘처럼 언어 혼탁해진 시대, 마음 순화·정서 환기할 詩 필요
“작년에 많이 지치고 아팠어요. 원고를 마감하며 ‘이게 내 유고작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그런 결기로 책을 쓰고 나니 ‘시련보다 은혜가 더 컸습니다’는 고백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새해 첫 기도는 그렇게 감사함으로 드렸지요.” 지난 12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만난 이 교회 담임 소강석 목사는 지난 연말 출간한 ‘영혼을 담은 시 쓰기’(샘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 목사의 말을 풀어보면, ‘죽을 힘’을 다해 썼다. 무엇이 심신의 고통까지 무릅쓰게 했을까. 바로 ‘시’다.
맨손으로 성도 5만 명의 대형교회를 일구고,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을 지내는 등 교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는 그는, ‘시 쓰는 목사’로도 유명하다. 못 이룬 꿈 혹은 취미 수준이 아니다. 이미 다수의 시집을 발표하고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았다. 이번 책은 그러한 열정과 재능을 공유한 에세이. 황순원 문학촌에서 했던 시 쓰기 강의를 다듬고 보완해 책으로 냈다. 소 목사만의 시 창작론이 쉽고 친근하게 담겼다.
소 목사는 “하나님의 피조물인 우리 모두 ‘나만의 명시’와 같은 존재”라고 했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삶이 시”이고,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모두가 이를 깨닫는, 즉 문예적 부흥을 위해 이번 책을 출간했다고 했다. 서정주 시인의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자화상’)이라는 시구를 언급하며 그는 “‘바람’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감성, 시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시를 쓰려면 우선 그 바람, 즉 8할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신이 우리 모두에게 주신 거예요. 그걸 겸허히 받은 후, 이를 갈고 닦는 2할이 더 중요한 법이죠.”
그의 말들은 온통 은유처럼도 들린다. 그러나 책은 구체적으로 시를 정의하고, 실질적인 ‘시 쓰기’를 논한다. 예컨대, 소 목사는 “순수한 문학적 감성만으로 시가 완성되지는 않는다”면서 “시는 사람과 사물에 감추어진 것을 새롭게 발견하여 은유와 상징, 함축과 은닉 등을 통해 표현하는 창의적 운율의 언어”라고 설명한다. 그 시작은 ‘사랑’이다. “하나님과 인간, 자연을 향한 사랑이 있어야 발견, 즉 ‘낯설게 하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 쓰기는 목회와도 닮았습니다. 사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는 사람은 일을 잘 못 해요. 반대로, 사랑하며 일하는 모든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소 목사는 간절함도 시를 쓰려는 사람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이러한 마음을 ‘두 마리 새’라는 시에 쓴 적도 있다. ‘늦은 밤까지 시가 오지 않는 날은/ 한 마리 진홍가슴새가 되어 가시나무 숲으로 날아간다/명시인들의 시집을 봐도/도무지 시는 찾아오질 않고(…).’ “시가 찾아오지 않을 때 너무 힘들고 어렵지요. 그만큼 시는 고통의 과정이긴 하지만 그 순간을 지나 새로운 시를 창작하게 되면 ‘비극적 황홀’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책은 문학청년이었던 그가 목회자가 된 계기도 솔직하게 밝힌다. 유교 가풍이 깊은 집에서 자란 소 목사는 10대 시절, 한 ‘문학소녀’를 따라 몰래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기독교 신앙에 매료됐고, 결국 목회자의 길을 선택한다. 그는 이를 ‘첫사랑’이라는 시에서 자세히 그렸으며, 그때의 애틋함을 시상 삼아 여러 시를 지었다. 문득 그 소녀가 궁금하다.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알아요. 하지만 흑백사진은 흑백으로, 순수했던 때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겨둬야죠. 한 80세가 넘으면 한번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목회적 사명을 다 살고, 아주 조금 자유로워지면 말이죠.”
인공지능(AI)이 글도 써 주고 고민 상담도 해주는 시대다. 매일 성큼 인간과 신의 영역을 침범해 온다. 이러한 때를 바라보는 ‘시인 목사’는 어떤 마음일까. 그는 “생명과 영혼이 없는 기계에 의탁하는 건 생명과 영혼을 죽이는 일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AI로 시를 쓰고, 기도문도 쓴다면서요. 진열장 속 근사한 마네킹에 불과합니다. 사람을 속이는 것이지요.”
소 목사는 자신의 시가 “시대를 정화하고 사회와 소통하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시를 쓴다면, 세상이 더욱 맑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요즘 언어가 얼마나 혼탁해졌는지요. 가짜 뉴스, 자극적인 얘기, 험한 말이 난무해요. 마음을 순화하고, 정서를 환기해 줄 시가 필요합니다.”
새해 덕담을 시로 청해봤다. 그는 자신의 시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자 문학적 스승인 정호승 시인의 ‘고래를 위하여’를 읊었다. ‘꽃 한 송이 졌다고 울지 마라 // 눈 한 번만 돌리면 / 세상이 다 봄이다.’ ‘마음 속에 푸른 바다의/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 청년이 아니지.’ “어제는 지나갔으니, 오늘은 웃읍시다. 바다를 푸르게 하는 고래가 됩시다. 가슴 속에 고래를 품고 사시길. 시적인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박동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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