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의발’ 1호선 첫차 타보니

 

“택시 꿈도 못꿔” “걷기도 불편”

새벽 출근 고령 노동자 ‘분통’

7시 넘어가니 ‘압사 위험’ 느껴

새벽부터 인산인해

새벽부터 인산인해

14일 오전 6시 13분쯤 서울 구로구 개봉역에서 서울 도심 방향으로 향하는 지하철 1호선 열차 내부가 출근길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은주 기자

“도대체 파업이 언제 끝나는 건지…. 어제 하루에만 5만 보를 걸었어요.”

서울 시내버스 노조 전면파업 이틀째를 맞은 14일 오전 5시 30분쯤 경기 안양역에서 서울지하철 1호선 첫차를 기다리던 일용직 근로자 박모(52) 씨는 추위에 떨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박 씨는 “버스 파업 때문에 현장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역에서 50분은 걸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시민을 볼모로 파업하는 버스 기사들에게 국가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오전 5시 10분쯤 1호선 서울 청량리역 승강장에서 첫차를 기다리던 이모(54) 씨는 “버스 첫차를 타고 출근해야 시간에 맞게 현장에 도착하는데, 지하철 첫차를 타더라도 10분은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늦지 않으려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얼마 되지도 않는 일당에 택시를 타면 남는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은 새벽에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이용하던 서민들과 지각하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전철을 타는 직장인들이 한데 겹치면서 첫차부터 빈 좌석을 찾기 어려웠다. 좌석 앞은 물론 출입문까지도 사람들이 서 있어야 할 정도로 새벽 지하철은 만원이었다. 환경미화업에 종사 중인 한 60대 여성은 “버스 첫차를 타야 제시간에 도착하는데 몸은 힘든데도 평소보다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다”며 “직장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막막하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몸도 불편한데 파업은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오전 7시가 지나면서 서울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이른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포화 상태였다.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에선 지하철 한 량당 약 50명의 사람이 줄을 섰고, 이미 출입문까지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에 탑승을 시도했지만 1∼2명만 겨우 몸을 실을 뿐이었다. 역내에서는 “압사에 유의하시고 질서 있게 천천히 이용 부탁드린다”는 안내방송이 계속됐고, 역내에 배치된 안전 요원들은 소리를 지르며 만석인 열차 탑승을 제지했다. 서울역에서도 1호선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까지 인파가 몰리면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대기하는 사람들 간 충돌이 일어나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편,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이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참석하는 사후 조정회의를 개최한다. 앞서 노사는 지난 12일 오후부터 13일 새벽까지 사후 조정회의를 열었지만 통상임금 적용 범위와 임금 인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바 있다.

시내버스 노조는 13일 오전 4시 첫차부터 파업에 들어가 오후 4시 기준으로 역대 서울 시내버스 파업 최장기간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이날 낮까지도 파업을 이어갔다. 기존 서울 시내버스 파업 가운데 가장 길었던 사례는 2024년으로, 당시엔 11시간여 만에 종료된 바 있다.

노지운 기자, 이은주 기자, 김혜웅 기자, 조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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