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 최재혁 씨 도전기
직장생활 하다 2021년 실명
재활 이어가며 공무원 준비
“처음엔 막막할 수 있겠지만
뭔가 시작땐 새로운 길 열려”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쓸모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시각장애를 딛고 서울시 7급 공무원 장애인 구분모집에서 수석 합격한 최재혁(34·사진) 씨는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각장애가 있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분들이 많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믿고, 잠재력을 발휘해 스스로 증명하고 인정받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 씨는 2017년 망막 박리로 오른쪽 눈을 잃은 데 이어, 2021년 6월에는 왼쪽 눈마저 시신경 위축으로 실명하면서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전맹 시각장애인이 됐다. 그는 “대학에서 외식경영학을 전공하고 2018년 한 프랜차이즈 본사에 입사해 전략기획 업무를 맡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컴퓨터 사용이 어려워졌고, 결국 2019년 초 회사를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의 시간은 재활과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채워졌다. 그는 2022년부터 점자를 읽고 쓰는 법과 보행 훈련을 했다. 2023년에는 서울맹학교에 입학해 안마사 교육을 받았다. 최 씨는 “한쪽 눈의 시력을 먼저 잃은 뒤 언젠가는 완전히 실명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불안 속에서 살아왔다”며 “눈이 완전히 멀어진 날, 오히려 그 불안으로부터 해방돼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이 없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회상했다.
최 씨는 1년간의 수험생활 끝에 지난 7일 서울시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 현재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공부 과정에 대해 “후천적인 시각장애인으로 점자를 비교적 늦게 배워, 읽는 속도가 느리다”며 “점자로 공부하기보다는 교재를 컴퓨터 파일로 변환해 음성으로 들으며 학습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보다 두세 배는 더 학습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생활 리듬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며 “규칙적으로 공부하고 쉴 때는 충분히 쉬는 방식으로 수험생활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사회로부터 받은 배려를 시민에게 되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공직을 택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 되고 나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제도가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는 것을 당사자로서 직접 느꼈다”며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공직을 선택해 시민의 봉사자로서 일하고 싶다”고 입직 이유를 전했다.
최 씨는 장애를 이유로 사회 진출을 망설이는 이들에게도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넸다. 그는 “처음에는 막막할 수 있지만 반드시 방법은 있다. 일단 시작하면 길이 따라오고, 꾸준히 하면 결과도 따라온다”면서 “장애가 있더라도 우리 모두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조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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