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오는 20일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 지 딱 1년이 된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구호 속에 외교·군사적으로는 고립주의를 표방해온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은 최근 미국의 이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해외 문제에 개입하는 신(新)트럼피즘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트럼피즘 등장으로 세계 경제의 리스크(위험)는 커지고 있다.

신트럼피즘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국제사회에서 ‘세계 경찰’과 같은 역할은 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기존 트럼피즘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원래의 트럼피즘이나 미국식 고립주의가 군대의 해외 파견을 최대한 억제하고, 이미 외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감축하거나 철수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신트럼피즘은 미국의 중대한 이해가 달려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해외 문제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 미국으로 압송하고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재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1990년 미국이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압송했던 파나마와는 완전히 다르다. 파나마보다 국토가 대략 11배 이상 크고, 인구도 5배 이상 많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이 최근 시위가 발생한 이란 사태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원래의 트럼피즘에서는 다소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이란 사태와 관련, 협상과 군사 개입 등 다양한 선택지를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어떤 카드를 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군사 개입 카드를 썼다가 일이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복잡한 중동 문제에 다시 말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도덕이나 이상에 별 관심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타국의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로 경제적인 실익을 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미국이 개입한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세계 1위와 4위 석유 보유국(확인된 매장량 기준)이다. 석유 산업 장악은 ‘페트로-머니’(석유결제 통화), 미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간의 통화 전쟁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대개 페트로-머니 변경은 세계 패권 통화 교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신년 벽두부터 신트럼피즘이 국제사회를 엄습하면서 국제 유가, 환율 등 경제 지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의 화약고가 터져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석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물가가 크게 뛰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국제 유가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는 1997∼1998년 외환위기 시절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떨어진 상황인데, 국제 유가마저 급등하게 되면 물가뿐만 아니라 경제 지표 전반에 ‘비상등’이 켜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개인이나 가계, 정부 모두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평년보다 훨씬 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조해동 경제부 부장
조해동 경제부 부장
조해동 기자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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