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美 마두로 이어 그린란드 거론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뉴노멀’
50여 곳에서 내전과 무력 충돌
中은 대만·일본 겁박 수위 높여
북한은 새 비대칭 무기 가속화
안보 자해 멈추고 自强 나서야
새해 벽두에 우리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는 영화 같은 장면을 지켜봤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대만을 위협하지 말라고 ‘점잖게’ 충고한 지 불과 사흘 만의 일이다.
미국을 규탄하던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미국이 위협하자 단 몇 시간 만에 협력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 기습작전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쿠바·콜롬비아·그린란드에 대해서도, 성격은 다르지만 각기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현상 변경을 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미국을 비난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조치라면 무엇이든 못할 게 없다는 태도이다.
4년째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소모전으로 이어지고 있고, 중동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형식적 휴전’을 지나 간헐적 보복전으로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5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무력 충돌과 내전이 인류에게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마당에 세계 경찰을 자임해 오던 미국이 보호자 역할 포기를 선언하고 자국 중심주의로 향하는 모습은 세계의 안보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위치한 인도·태평양 지역도 먹구름이 더 짙어지고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일본과 각을 세우다가 급기야 대일(對日) 희토류 수출 전면 금지에 나섰고, 한중 정상회담 때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설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역사에서 무엇을 상기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에는 6·25전쟁 당시 통일을 무산시킨 중국의 참전이 더욱 생생히 기억되는 역사임을 알아야 할 텐데 이를 우회하는 태도는 여전히 한중 협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실시한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침공 직전의 예행연습을 방불케 했다. 그런데 이 훈련이 끝나자마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신년사를 통해 ‘대만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며 대내외적으로 대만을 군사적으로라도 복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설령 전면전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대만해협을 물리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대만해협은 전 세계 해양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지역이며,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의 경제 활동에 꼭 필요한 수송 통로이다. 특히, 우리나라로서는 수출입 물동량의 43%와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9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만일 이곳이 막혀 우회 수송을 하게 될 경우 항해거리는 1000마일이나 늘어나고, 운송 역시 수일 동안 지연돼 이에 따른 운송 비용도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해 분쟁이 벌어질 경우 한국은 전쟁 당사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되며,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23.3%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대만해협의 안정적 관리는 참견하는 일본이나 분쟁을 억제하려는 미국보다도 한국에는 사활적 국가 이익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북한과의 문제는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헤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실체가 불분명한 무인기(드론) 잔해를 가지고 위협하는 북한을 향해 대화 물꼬를 터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지만, 북한은 변함없이 전쟁에 집착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획득한 군수 기술을 바탕으로 최첨단 무기를 개발해 핵무기 운용에 필수적인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미사일, 핵추진잠수함(SSBN) 등의 전략무기는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가 우려하는 새로운 비대칭 전력이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온 것이다.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동맹이 모든 것을 관리해 주던 ‘어제의 세계’는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생존하는 길은 오직 스스로 강해지는 것뿐이다. 또한,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무엇보다도 헌신으로 사명을 다 해 온 국군의 떨어진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국민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군만이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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