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최근 원화 가치의 하락과 관련,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원 넘게 떨어져 1467원대로 내려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지난 12일 면담 이후 이틀이 지난 시점에 원화 환율에 대한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다. 미 재무부 장관이 원화 약세를 공개적으로 우려하며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은 초유의 일이다. 베선트 장관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라며 거듭 원화 가치 안정에 힘을 보탰다.

정부는 지난 연말부터 외환보유고를 동원한 시장 개입, 국민연금 환헤지 확대, 서학개미 양도소득세 감면, 수출기업 외환 거래 조사 등 환율 안정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열흘 만에 물거품이 됐다. 근본 해법인 경제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당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양국의 ‘협조 개입’은 괜찮은 카드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직후 미·독일·일본의 중앙은행들은 동시에 달러를 풀고 엔화를 사들이는 협조 개입에 나서 엔화 가치를 단기간에 두 배로 끌어올렸다. 2006년에는 역(逆)협조 개입을 통해서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협조 개입은 개별 국가의 단독 개입에 비해 시장 심리를 되돌리고 환율 흐름을 바꾸는 데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훨씬 효과적인 조치다.

올해부터 연 200억 달러씩 빠져나갈 대미 투자가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양국 합의문에는 이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 외환시장에 불안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미국이 나선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목돼 손발이 묶였다. 지금은 원화 약세가 문제인 만큼 미국은 관찰 대상국부터 해제하고, 통화스와프 재개 등 실효성 있는 조치로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정부도 립 서비스 아닌 실질적 협조 개입을 끌어내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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