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 약세 안맞아” 초유의 구두개입
베선트 “한국경제 펀더멘털 강력”
블룸버그 “이례적 직접시그널”
3500억달러 대미투자 지연 등
한국 고환율 악영향 차단 나선 듯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장상민 기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한국 외환 시장에 대한 ‘구두 개입’은 사상 초유의 일로,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대미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에 대해 환율조작국이나 무역불공정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주며 외환 시장을 안정시키라는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미 재무장관의 구두개입에 뉴욕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에서 1460원대로 떨어지며 10거래일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480원 선에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도 1460원대로 하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4일(현지시간) 베선트 장관의 메시지에 대해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는 보기 드문 형태의 공개 지원(rare support)”이라고 평가하며 “미국 재무부가 이례적으로 원화에 대해 직접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의 한국 외환시장에 대한 구두 개입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발언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과도한 원화가치 하락이 3500억 달러(약 512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대미 투자 사업 선정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마치도록 합의했다. 양국의 공동발표 자료(팩트시트)에 따라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이 원화가치 약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대미 투자가 미뤄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실제 베선트 장관은 양국 간 무역 협정에 대해 “이 협정이 미국과 한국의 경제 파트너십을 더욱 심화하고, 미국 산업 역량의 부흥을 촉진할 것”이라며 원화가치의 과도한 약세 때문에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이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는 인식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0월에도 일본 중앙은행이 일본 정부가 물가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 후 엔화가치가 올랐다”며 베선트 장관의 이번 발언이 원화 가치 약세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이 미국을 찾은 구 부총리와 만난 뒤 내놓은 메시지인 만큼 한국 정부와 사전 교감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요 7개국(G7) 핵심광물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구 부총리는 지난 12일 베센트 장관을 만났다. 구 부총리가 환율 정책 담당 차관보와 외화자금과장을 동행시킨 점을 감안하면 구 부총리가 외환시장 상황과 대미 투자·무역 자금 흐름의 민감성을 베센트 장관 측에 자세하게 설명했고, 이것이 베센트 장관의 메시지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환율 방어를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는 한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이 갖고 있는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의 대미 투자 자금이나 미국 관련 무역 자금은 건들지 말라는 경고성 취지도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가 과거에는 주로 원화가치의 ‘의도적 약세’를 경계했던 사실에 비춰 이번 발언은 한국 정부에 환율조작국 등에 대한 우려 없이 보다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확실히 환율은 안정시키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정부의 부담이 커지게 된 셈이다.
민병기 특파원, 장상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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