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임기를 마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5일 이임사를 통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균형추로서의 삼권분립과 사법독립은 헌법적 핵심 가치에 속한다”고 말했다. 천 처장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한 선출권력 우위론에 반박하고 여권이 밀어붙이는 사법개혁 방식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 처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사법부가 배제된 사법개혁은 1987년 현행 헌법체제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사법제도 개편 역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입법권과 예산권이 없는 사법부에 대한 존중 없이는 헌법적 가치가 유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부가 개혁의 단순한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천 처장은 사법개혁의 지향점에 대해 일선 사법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빌어 “시간과 자력을 겸비한 당사자에게 무한 소송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이 아니라 분쟁해결이 사실심에서의 한 번의 재판으로 신속히 이뤄지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에 부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차적 신중함은 사법부나 법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법의 최종 지향점인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며 여당발 사법개혁 속도전을 에둘러 비판했다.
천 처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사법부로서는 재판 전에 법적 평가를 할 수 없는 운신의 제한이 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법원행정처장 지위에서 사법부의 중론을 반영해 국회를 제외한 헌법기관으로서는 최초로, 또한 반복해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지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정권교체 이후 사법부가 개혁의 동반자가 아닌 대상으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었다”며 “국민을 위한 개혁을 추진할 준비가 충분하지 못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면, 이는 저의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한편 천 처장의 후임으로 지명된 박영재 신임 법원행정처장은 16일부터 임기를 시작해 향후 정부·국회와의 사법개혁 논의에서 사법부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사법부를 둘러싼 긴장 국면 속에서 법원행정처장 교체가 향후 개혁 논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노민수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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