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하우스메이드’ 28일 개봉

 

광기·우아·농염 명품 연기

탄탄한 원작과 시너지 효과

본인 머리카락을 모근까지 살려서 100가닥 뽑기. 깨진 접시의 날카로운 단면으로 자기 뱃살 찢기. 피가 낭자하고 신체 훼손 정도가 상당한 고어물 계통에서 이 정도면 ‘순한 맛’일까. 하지만 영화 ‘하우스메이드’(감독 폴 페이그)는 충분히 관객을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자상한 남편이 미모의 아내에게 자해를 지시하는 이유가 뿌리염색을 게을리해서, 또는 요리를 하다 접시를 깨서이기 때문이다.

동명의 소설 원작을 충실히 옮긴 영화는 지난해 12월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뒤 로튼토마토에서 팝콘 지수 92%, 신선도 지수 72%를 기록했다. 감독이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나 안정적인 미장센, 영화적 의미를 뽑아내긴 쉽지 않지만 말초신경을 찌릿하게 자극하는 온갖 구성 요소를 갖췄다.

어맨다 사이프리드와 시드니 스위니 두 금발 미녀 배우와 키 190㎝ 근육질 몸매에 날렵한 눈매를 가진 브랜던 스클레너가 보여주는 육체미. 뉴욕 근교의 상류층 저택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미스터리와 스릴. 가사도우미(하우스메이드)와 주인집 남자의 불륜을 담은 치정 등 하나씩 따로따로 봐도 자극적인데, 이 모든 게 합쳐진 ‘팝콘 무비’이니 2시간 내내 흥분된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밀리(시드니 스위니)는 미성년자 시절 살인을 저질러 교도소에 갔다가 10년을 살고 형기 5년을 남긴 채 가석방된 여자다. 갈 곳이 없는 그녀는 구형 혼다에서 먹고 자고, 공중화장실에서 씻는 등 노숙자나 다름없는 궁핍한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윈체스터 가에서 입주 가사도우미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는데, 여주인 니나(어맨다 사이프리드)는 밀리를 마음에 들어 하며 단박에 채용한다. 드디어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푹신한 매트리스 침대 위에서 잘 수 있게 된 밀리는 감격하지만 이런 평화는 불과 24시간도 안 돼 산산이 깨져버린다.

이튿날 아침부터 돌변한 니나는 밀리를 도둑으로 몰면서 각종 히스테리를 쏟아낸다. 남편 앤드루(브랜던 스클레너)는 집 안 기물을 닥치는 대로 깨부수는 아내를 자상하게 보듬으며 밀리에게도 위로를 전한다. 니나의 말에 따르면 앤드루는 ‘유니콘 같은’(dreamy) 남편이다. 물려받은 가업으로 대대로 부유하며, 뭇 여성들을 홀리는 매력적인 웃음을 가지고 있고, 딸 세실리아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자상하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금발 미녀라면 사족을 못 쓰는 ‘단점’이 있다.

니나는 원래 갈색머리였는데, 남편의 취향에 따라 금발로 염색한다. 주기적인 뿌리염색이 필수다. 그런데 남편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금발의 밀리를 채용한 것은 니나이며, 더는 안 입는다면서 남편이 좋아하는 흰색 드레스를 밀리에게 주는 것도 니나의 자발적 행동이다. 갈수록 조현병 증세가 심해지고 제대로 씻지도 않는 니나에게 질려버린 앤드루는 혼전계약서를 들이밀며 내쫓아버린다. 그 사이 전과자 밀리는 저택의 안주인이 된다.

막장드라마 뺨치는 치정극의 결말이 나려는 순간, 영화는 방향을 바꿔 반전에 반전,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며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얼핏 봐선 수위가 약하지만, 경악할 수밖에 없는 장면도 제법 등장한다. 사이프리드는 광기와 우아함을 오가고, 스위니는 농염한 팜파탈을 보여준다. 스클레너는 둘 사이에서 극 전후반의 온도를 유연하게 조절한다.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원작의 시너지가 잘 어우러진다. 2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이민경 기자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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